■ 별도 TF 구성 지시
“나 갑니다, 잘하세요”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부실 감독’으로 금융감독의 신뢰 위기를 자초한 금융감독원을 전격 방문해 간부 직원들을 강하게 질책한 뒤 굳은 표정으로 금감원을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은 “금감원이 최대 위기를 맞았으며 국가 신뢰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왼쪽부터)이 배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대통령의 신뢰를 잃은 금감원
권 원장은 4일 금감원을 전격 방문한 이 대통령에게 전 직원에 대한 청렴도를 평가해 점수가 낮은 직원은 인허가, 공시, 조사 등 비리가 발생할 위험이 큰 부서에서 모두 빼겠다고 보고했다. 또 전·현직 임직원을 금융회사의 감사로 추천하던 관행을 철폐하고, 설령 금융회사로부터 감사추천 요청이 있더라도 이를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직원윤리강령도 개정해 금품 수수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면직 등 중징계를 하고 비리사건의 행위자, 감독자, 차상급자에게 연대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보고했다. 특히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을 현행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금감원 직원 1600여 명 가운데 재산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대상이 220여 명(14%)에서 1230여 명(77%)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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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 개혁안은 ‘근본적 고민 없어’
금감원은 이 대통령이 자체적으로 만든 개혁방안에 대해 ‘이미 신뢰를 잃었다. 제3자가 맡아서 근본적 해법을 내놓으라’고 지시하자 크게 당혹스러워했다. 당초 권 원장은 쇄신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오전 11시 20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발표하려고 했으나 회견 시작 25분을 앞두고 돌연 취소하고 보도자료만 배포했다. 이후 “쇄신방안을 토대로 관계기관 TF를 구성해 더욱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금융감독 쇄신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쇄신방안에 대해 금감원 내부에서는 임직원에 대한 ‘채찍’만 세졌을 뿐 현재 금융감독 시스템이 가진 근본적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거의 모든 금융회사를 감시하는 거대 통합감독기구로 권력이 집중되면서 금융시스템의 내부 견제기능이 약해지고, 비리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로 변질됐다는 일각의 지적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금감원 관계자들조차 “요즘 부산저축은행그룹 사태를 보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실감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쇄신방안에 ‘절대 권력’이라는 기득권을 희생하겠다는 의지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꾸릴 TF에서는 쇄신방안에 ‘플러스알파(α)’가 담긴 고강도 대책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금감원이 독점하는 현재의 금융감독 체계와 관련해 ‘견제와 균형’이 가미된 금융감독 시스템 구축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런 견제시스템이 없으면 ‘제2, 제3의 부산저축은행그룹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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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