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컨트롤타워 없어 과학기술계 표류
이 같은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현 정부 들어 심해진 느낌이다. 특히 과학 컨트롤타워 부재가 과학기술계에 더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과학기술부 일부 기능이 교육과학기술부로 흡수 통합되면서 과학기술정책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책임지고 이끄는 부서는 물론이고 책임자가 누군지도 불분명해 과학기술계는 방향을 잃고 표류한 지 오래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기회의 시대이지만 누구도 남을 위해 그 기회를 잡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스스로 잡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미래는 결코 우리에게 희망의 시대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21세기 과학 선진국으로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과학기술 육성을 미래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투자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공계 인재 이탈 심화로 과학기술 인력 수급 문제가 우려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는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R&D 투자에 인색하고 구조조정 때마다 연구개발 인력을 1순위로 퇴출시키고 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과학기술정책을 총괄 지휘할 컨트롤타워를 복원하고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21세기 과학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출신 과학자들이 사회적 관심과 존경 속에 자긍심을 갖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주변 여건부터 조성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스타 과학자를 키우고 과학자연금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과학자 명예의 전당 등도 신설해야 한다. 기업이나 대학들이 우수 과학자들에게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책을 마련하고 기초과학 등 노벨상 수상 가능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이웃 일본은 15명이 노벨상을 받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그림의 떡’일 뿐이다.
과학기술인 존중받는 풍토 조성을
그리고 주요 공직 및 국회의원 등에 대한 ‘이공계 출신 인재 우선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 18대 국회의원 299명 중 이공계 출신 비율은 7% 정도다. 정부 고위공직자 및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이공계 출신 비율 역시 30%를 밑돌고 있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을 포함한 국가 권력의 핵심인 상무위원 전원이 이공계 출신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에 집중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튼튼하게 키울 수 있고 21세기 먹을거리도 해결할 수 있으며,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