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관파천 길의 현재 흔적. 1896년 고종은 지금의 미국대사관저 북쪽 담장 길을 따라 러시아공사관 건물로 향했다. 아래 사진은 1890년대 아관파천 길의 모습으로, 멀리 보이는 건물이 러시아공사관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이돈수 교수 제공
문화재청은 “미국대사관 소유의 서울 중구 정동 옛 경기여고 터와 우리 국방부 소유의 용산 미군기지 내 캠프 코이너 터를 교환하기로 최근 합의함에 따라 아관파천 길 복원 등 일제에 의해 훼손된 덕수궁의 복원사업을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아관파천은 을미사변(명성황후가 일본 낭인에 의해 시해당한 사건) 이듬해인 1896년 2월 11일 새벽 고종이 왕세자와 함께 가마를 타고 극비리에 경복궁을 나와 정동의 러시아공사관으로 몸을 피한 사건. 당시 고종은 지금의 미국대사관저 북쪽 담 길을 따라 러시아공사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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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발굴제도과의 황권순 사무관은 “옛 경기여고 터에 대한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치고 이곳을 사적으로 확대 지정한 뒤 아관파천 길 복원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아관파천 길 일대의 무너져 내린 지반을 원래대로 복원한 뒤 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복원되는 길의 폭은 4.5∼5m. 길 양쪽으로는 돌담을 쌓는다. 돌과 흙을 섞어 담장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기와를 얹는 전통 돌담 형식이다.
지표조사 및 발굴 과정에서 확인된 아관파천 길 출입문 터의 주춧돌도 그대로 살린다. 그러나 출입문을 복원할지는 추후 문화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1895년 미국 공사관에서 작성한 실측 도면을 입수했으며 이를 토대로 복원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아관파천 길 복원 설계를 마치고 이르면 내년 중 복원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덕수궁 북쪽(영국대사관과 붙어 있는 쪽)의 아관파천 길은 복원하지 않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아관파천 길이 복원되면 근대문화유적 답사 길로 활용할 계획이다. 불운했던 역사가 담긴 유적이지만 고즈넉한 전통 담장 길이 생김으로써 서울 도심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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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