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어제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의 갑작스러운 기권 선언으로 동의안 처리가 무산됐다. 외통위는 곧바로 전체회의를 열고 19일에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야당이 요구하는 정부의 보완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외통위의 동의안 처리는 4·27 재·보궐선거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소속 유기준 법안심사소위원장이 굳이 표결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는 비준동의안을 놓고 소위 위원들의 찬반 표결을 유도한 미숙한 일 처리 방식도 문제지만 홍 의원의 돌발 행동은 개운치 않다. 홍 의원의 지적처럼 본란도 한-EU FTA 협정문의 번역 오류에 대해 외교통상부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홍 의원이 자신의 행동 배경을 설명한 기자회견 내용에는 논리적 비약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홍 의원은 “한-EU FTA는 적극 지지하지만 물리력이 동원된 일방적 강행 처리에 반대한다”고 말했지만 이날 비준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물리력을 동원하진 않았다. 지난해 말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물리적 충돌을 빚었을 때와 달리 이날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리지 않았다. 원내사령탑인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소위에서 부결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급하게 뛰어 왔을 정도다.
EU는 우리나라의 2대 교역 상대이며 우리나라는 EU의 8대 교역 상대국이다.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對)EU 수출액은 583억 달러, EU의 대한국 수출액은 368억 달러다. 한-EU FTA가 우리 경제의 신(新)성장동력이 될 것임을 홍 의원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의 튀는 행동은 국가장래를 숙고한 것이라기보다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이목 끌기 같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