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중식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동아일보 이기진 기자가 1일 산에서 직접 채취한 봄나물을 이용해 샐러드를 만들고 있다. 헤라웨딩 제공
산나물(멧남새)을 먹으며 정겹게 사는 고향을 그린 김상옥 시인의 시 ‘사향(思鄕)’이다. 김 시인은 고향을 연상시키는 소재로 나물을 떠올렸다. 그만큼 산나물은 편안하다. 봄이 되면 재래시장은 초록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마트 식품코너에도 파릇한 봄기운이 감돈다. 겨우내 얼었던 산야에는 자연의 생기를 불어넣는 봄나물이 움튼다.
입 안 가득한 생명의 에너지다. 냉이 달래 쑥 돌미나리 취나물 산나물 원추리…. 나물은 초라한 밥상의 상징이었다. 주린 배를 채워주던 서글픈 음식이었다.
산과 들녘에서 나물 캐는 아낙들은 생명의 전달자다. 바구니에 가득 담아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다. 봄기운에 나른해진 가족에게 원기를 불어넣을 생각에서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하신리 국립공원 계룡산 장군봉 뒤편 산자락. 현미경으로 본 눈 입자처럼 냉이는 잎을 바짝 땅에 누인 채 자라고 있다. ‘나생이’ ‘나숭게’로도 불리는 봄나물의 전령사다. 나물은 산채나물, 들나물, 재배나물로 나뉘는데 냉이는 바로 들나물이다.
대전역 앞 공중전화박스 옆에서 냉이 파는 할머니. 충북 옥천군 이원면에서 금방 캐온 거란다. “이 나숭게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무쳐도 되고, 된장 끓일 때 넣으면 그만이야.”
요즘에는 들녘에서 나물 캐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발품, 손품에 비해 수확량이 적고 가격은 싸다. 상에 오르면 제왕이지만 밥상에 오르기까지 대우와 지위는 낮다.
한식 중식 양식조리기능사·doyoce@donga.com
○ 냉이꼬막무침
냉이 2000원어치, 꼬막 1kg 정도(크기, 판매장소에 따라 7000∼1만 원 선)면 봄의 향기와 갯내가 가득한 냉이꼬막무침을 맛볼 수 있다.
새콤한 것이 좋으면 식초, 달콤한 것이 좋으면 설탕, 매콤하거나 시큼한 것이 좋으면 고춧가루나 초고추장을 추가하면 된다. 재료에 따라 봄나물의 맛은 마술을 부린다. 모양을 내려면 홍고추 풋고추를 고명으로 올리자. 향긋한 냉이와 통통한 꼬막살의 만남, 제철이 지나기 전에 만들어 보자.
○ 나물만두
소를 만드는 나물에는 구분이 없다. 도라지가 있다면 채를 썰어 소금 넣고 박박 주물러 쓴맛을 제거한다. 고사리와 배추김치도 송송 썬다. 썬 재료는 다진 파와 다진 마늘 참기름 또는 들기름으로 볶아냈다. 돼지고기는 소금 약간과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으로 양념해 볶아내자. 두부는 으깨 물기를 짜낸 뒤 다른 재료와 섞어 소를 만든다.
만두피를 직접 만드는 일은 버겁다. 시중 만두피를 구입해 가장 자리에 물기를 바르고 소를 한 숟가락씩 넣어 꾹꾹 눌러 빚자. 반달 모양도 좋고 둥근 모양도 좋다. 제철 봄나물을 사용할 때에는 참나물과 달래를 사용해도 좋다. 다양한 봄나물을 잘게 썰어 계란 참기름 참깨 소금을 약간 넣고 소를 만들어 빚으면 된다. 봄나물은 돼지고기의 잡냄새를 없앤다. 먹고 남은 만두는 냉동실에 보관해도 봄나물의 잔향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나물은 산림조합중앙회가 운영하는 e-쇼핑 푸른장터(www.sanrim.com)를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길 산림조합중앙회 1층에 매장이 있다.(02-3434-7336)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