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정부 폐쇄… 한국은 날치기 처리
오바마 대통령은 “더는 임시변통식 예산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신속한 합의를 요구했다. ‘작은 정부’를 요구하고 있는 공화당은 연방정부가 지출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8일 밤 12시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연방정부는 폐쇄된다.
○ 연방정부 폐쇄란?
가장 최근에 연방정부가 폐쇄됐던 것은 1995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었다. 공화당이 예산안 통과를 미루면서 두 차례에 걸쳐 총 26일 동안 연방정부의 문이 닫혔다. 1981년부터 1994년까지는 모두 아홉 차례에 걸쳐 연방정부가 문을 닫았다. 기간은 모두 3일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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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총액 승인은 의회에, 구체적인 집행권한은 행정부에 주어진 한국과는 다른 구조다. 또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1월 1일)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았을 때 정부가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할 수 있도록 한 ‘준예산권’과 여야 합의에 실패해 벌어지는 ‘날치기 예산통과’도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는 없다.
○ 1995년과는 다른 분위기
클린턴 행정부 시절 연방정부 폐쇄는 공화당에 최악의 자충수가 됐다.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하고 백악관 탈환까지 노렸던 공화당은 정부 폐쇄로 발생한 각종 혼란의 책임을 모두 떠안았다. 결국 예산전쟁을 주도했던 뉴트 깅리치 당시 하원의장의 정치적 몰락으로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16년 만에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되자 공화당 내부에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연방정부 폐쇄가 이전처럼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베이너 의장 등 지도부가 “연방정부 폐쇄만은 막겠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공화당이 3월 2일 2주짜리 잠정예산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지난달 15일에도 4월 8일까지 3주 동안 운용되는 잠정예산안을 통과시키며 연방정부 폐쇄를 피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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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피해자는 워싱턴 관광객?
연방정부 폐쇄가 현실이 되면 당장 국립공원은 휴장하고 박물관과 미술관도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에서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찾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도 문을 닫는다. 수도 워싱턴은 100% 연방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쓰레기 수거 등 도심 기능이 아예 마비될 수도 있다. 여권이나 비자 발급 업무 역시 중단된다. 한국에는 정부 간 협력사업 분야에서 다소 차질이 빚어질 수 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