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범죄단체라면 벌써 사라졌어야”
최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문을 연 가톨릭 단체 오푸스 데이 서울센터의 지도사제 홍지영 신부. 그는 “소설과 영화 ‘다빈치 코드’에서 묘사된 것은 진실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더 경건하고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푸스 데이는 스페인 신부 에스크리바가 1928년 창설했다. 정식 명칭은 ‘성 십자가와 오푸스 데이’다. 오푸스 데이는 라틴어로 ‘하느님의 사업’이라는 뜻. 1941년 교황청이 공식 승인했고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청의 성직자치단으로 인정했다. 소설과 영화에서 이 단체는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고 육체적 고행을 즐기는 가톨릭 근본주의 비밀결사체로 그려져 있다. 이 단체가 드러나지 않은 자본과 정치적인 파워에 힘입어 교황청은 물론이고 세계 정치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오푸스 데이의 한국센터 지도사제인 홍지영 신부(38)를 만났다. 아르헨티나 이민자인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 신학을 접한 뒤 2003년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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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0여 개국에 약 9만 명의 회원이 있다. 사제는 2500여 명이며 나머지는 평신도다. 지역 개념의 교구가 아닌 평신도와 영성, 교육 등을 위해 활동하는 성직자치단이다.”
―한국 현황은 어떤가.
오푸스 데이를 둘러싼 비판적 시선을 위주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경제학도로 자신을 소개한 그는 “오푸스 데이가 아니었다면 사제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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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등 일상생활에서 더 경건하고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하자는 것이다. 하루에 묵상 1시간과 미사 참여, 묵주기도에 2시간 정도를 할애한다. 평신도 회원의 독신 비율이 20% 정도다.”
―그래서 가톨릭 근본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아니다. 근본주의는 이성(理性)에서 멀어진다. 우리는 과거의 전통과 율법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 맞춰 적절한 역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세 미만은 입회가 되지 않으며 회원 탈퇴도 자유롭다.”
―교황을 위한 비밀결사라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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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암살자 사일러스처럼 고행을 즐기나.
“(웃음) 고행은 영적 차원의 개인 판단 문제이다. 육체적 건강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 일부 수도원 등에서 인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기혼 회원은 금지돼 있다.”
―소설과 영화의 오푸스 데이에 대한 묘사는 거짓인가.
‘이 땅에 십자가를’이란 의미를 담은 오푸스 데이 상징.
외신에는 오푸스 데이의 알려진 자산만 28억 달러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도 있고 ‘교황의 비밀금고’라는 얘기도 나온다. 홍 신부는 대답을 대신해 “남미와 아프리카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 회원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센터의 경우 최근 상도동에 3억2000만 원에 방 3개 있는 아파트를 세냈다. 부자라면?(웃음) 영화 ‘미션’의 롤랑 조페 감독이 창설자 에스크리바 신부의 삶을 영화화한 ‘용이 나오는 곳’(가제)이 4월 유럽과 미국에서 개봉한다. ‘다빈치 코드’보다 이 작품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기 바란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