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낙서’ 초등생 15명 체포가 발단軍발포, 11세 소녀 사망… 시위 격화
‘재스민 혁명’의 불길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바레인 예멘을 넘어 마침내 중동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인 시리아까지 옮아붙기 시작했다.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들에게 보안군이 총격을 가해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고 수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시리아의 독재 체제가 워낙 굳건해 시리아 시민혁명의 성공 가능성은 속단하기 힘들다.
○ 낙서에서 촉발된 시위
이번 시리아 반정부 시위는 초등학생들의 낙서라는 아주 단순한 요인에서 촉발됐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120km 떨어져 있는 시리아 남부 농업도시 다라 시에서 초등학생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를 훼손하고 벽에 정권을 타도하자는 내용의 낙서를 쓴 것. 어린 학생들은 평소 범아랍권 위성TV와 인터넷 등에서 봐 온 이웃 국가들의 시위 구호를 흉내 낸 것이다. 하지만 비밀경찰은 초등학생 15명을 색출해 18일 체포했다. 그러자 부모들이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고 이웃 주민들도 가담하면서 규모가 급속히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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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다라 시는 외부와 격리됐으며 전화통신도 끊긴 상태. 모든 도로에는 검문소가 설치돼 민간인 복장을 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으며 대테러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고 사우디아라비아 일간 ‘걸프뉴스’가 전했다.
○ 전국으로 확산 조짐
시위 발생 직후 시리아 정부는 강온 전략을 구사하면서 발 빠른 수습에 나섰다. 체포한 초등학생들을 나흘 만인 22일 풀어줬으며 정부 고위대표단을 파견해 일일이 학생들 집을 찾아가 사과도 했다. 23일에는 다라 주지사를 해임했다. 하지만 시위대의 요구가 점차 정치 경제적 문제로 이어지자 유혈 진압에 나섰다.
다라 시위는 25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가 이날을 다라는 물론이고 인근 지역까지 포함하는 ‘순교자의 금요일’로 만들겠다고 선포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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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건한 독재 흔들릴까
41년째 부자세습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는 1970년 쿠데타로 집권한 하페즈 알아사드 대통령이 2000년 급사하자 아들인 바샤르 알아사드가 이어받았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2000년 선거에서 97.2% 찬성을 얻었고 2007년 선거에도 97.6%의 지지를 받았다. 선거 때마다 100% 찬성률을 자랑하는 북한에는 못 미치지만 철저한 강압통제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구 150명 중 한 명이 비밀경찰인 ‘무카바라트’일 정도로 감시 시스템도 철저하다.
과거에도 시리아는 반정부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해 왔다. 1982년 하마 시에서 무슬림형제단의 반란이 일어나자 도시를 봉쇄하고 2만여 명을 학살한 전례가 있다. 2004년 3월에도 쿠르드족 반란을 잔혹하게 진압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인 사회다.
다만 최근 들어 알아사드 대통령이 오랜 고립정책을 마감하고 서방 세계와 화해에 나서는 제스처를 보였다. 최근 들어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사용 가능하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이 나라 소수파인 시아파의 일종인 알라위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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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