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주(28·신한은행·202cm), 승진(26·KCC·221cm) 남매는 국내 프로농구 최장신 센터다. 코트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위협적이다. 골밑 돌파와 훅 슛을 주무기로 하는 고공 농구도 닮았다. 하지만 다른 게 하나 있다. 자유투 성공률이다.
정규시즌 하승진의 자유투 성공률은 55.4%. 36명(순위 산출 대상인 80개 이상 성공한 선수) 중 34위다. 325개를 던져 180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키 2m가 넘는 14명 중에는 13위다. 이 때문에 경기 막판 파울 작전이 펼쳐질 때 코트를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누나 하은주는 정규시즌 자유투 성공률이 71.7%(15위)다. 6개 팀 베스트 5가 30명이니 기본 이상을 하는 셈이다. 두 남매의 상반된 자유투 성공률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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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프로 선수가 되기까지의 훈련 환경이 달랐다. 한국에선 대형 센터 유망주가 나타나면 골밑 플레이 연습에 집중한다. 기본기를 몸에 익혀야 할 때 슛 훈련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승진은 “학창 시절 중거리 슛을 쏘면 혼이 났다. 아무래도 가드나 포워드 선수들보다는 슛과 자유투 훈련이 부족했다”고 털어놓았다.
일본에서 고교 시절을 보낸 하은주는 달랐다. 센터지만 중거리 슛도 적극적으로 쏘는 등 코트를 넓게 사용하는 농구를 배웠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은주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금은 중거리 슛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은주는 슛 감각이 좋다. 일본에서의 선수 생활이 자유투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자세도 달랐다
장신이라는 약점을 어떤 자유투 자세로 극복했는지도 성공률의 희비를 갈랐다. 장신 센터들은 자유투를 할 때 볼을 놓는 지점이 높아 어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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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하은주는 오랜 연습을 통해 낮은 위치에서 던지는 자유투 자세를 몸에 익혔다. 그는 “자유투 폼을 자주 바꿨다. 결국 머리 오른쪽 부근에서 공을 던지는 자세가 가장 편했다”고 말했다.
○ 누나가 동생에게 전하는 비법
하은주의 자유투 지론은 ‘연습은 실전처럼, 경기는 연습처럼’이다. 이를 위해 자유투 20개를 연속해서 던지는 훈련을 해왔다. 하은주는 “처음 몇 개는 연습 같지만 15개 이상 계속 던질 때는 경기와 같은 긴장감이 느껴진다”며 “승진이도 지난 시즌보다 훨씬 좋아졌다. 최대한 편하게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승진은 “자유투는 심리적인 면이 가장 큰 것 같다. 누나처럼 최대한 편하게 공을 던져 플레이오프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 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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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