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에 우울증 시달려
20일 오후 3시 5분경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 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박모 씨(78)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경비원 박모 씨(64)는 경찰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할아버지가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노원경찰서 및 유가족 측에 따르면 박 씨는 20일 낮 12시경 중풍 증세로 같은 병실에 함께 입원해 있던 아내 이모 씨에게 “나 집에 가서 목욕 좀 하고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병원을 떠난 지 3시간여가 지나 집 앞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14층 집 베란다에 박 씨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점 등을 토대로 박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6·25전쟁 참전 용사로 국가유공자인 박 씨는 외동딸 집에서 살아왔으며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데다 최근 들어선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이렇게까지 살아서 뭐하나”라는 말을 자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로드중
경찰은 “고령에다 병환이 심해지면서 외동딸 신세를 져야 했던 고인이 자식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