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76.52엔까지 떨어졌다가 79.59엔 마감원화 약세 두드러져… 재정부 “외환시장 주시”
미국 뉴욕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6일 오후(현지 시간) 달러당 76.52엔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한 끝에 79.59엔으로 마감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수준인 1995년 4월 19일의 79.75엔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바로 몇 시간 뒤인 1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엔화가치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날 오후 3시 5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79.21엔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엔고는 일본 경제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외환시장에서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 부장은 “투기세력이 위기 때마다 나타났던 엔고를 미리 예상하고 엔화를 사들이기 때문에 엔화 강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단 일본이 달러당 80엔 선에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일본은행(BOJ)은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금융시장에 28조 엔(약 392조 원)을 방출한 상태에서 17일 5조 엔을 더 풀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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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치솟고 있지만 원화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핵 공포가 확산되며 달러화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확산된 탓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0.20원 급등한 1141원에 거래를 시작했다가 상승폭을 줄이면서 달러당 1135.3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1140원대를 넘어선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원화가치는 1.3% 하락한 반면에 홍콩달러화는 0.2%,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0.5%가량 떨어지는 데 그쳤다. 원화가치의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린 정책당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구두개입까지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