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세습’대신 ‘후계확립’ 표현… KAL기 폭파 등 北테러는 소홀
미래엔컬처그룹(왼쪽)과 지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20∼40대 연구자들의 모임인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는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출판된 한국사 교과서 6종을 분석한 결과 북한 체제를 정당화하는 서술이 지나치게 많다고 16일 밝혔다.
예를 들어 김정일의 권력 세습 과정을 설명하면서 ‘세습’이라는 단어를 쓴 교과서는 지학사뿐이었다. 다른 교과서는 ‘후계 체제 확립’ 또는 ‘권력 계승’이라는 식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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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의 정권 획득도 남한에 비해 평화적으로 설명했다. 미래엔컬처그룹 교과서는 김일성 정권 수립 과정을 ‘좌우 합작적인 인민위원회 조직’ ‘남쪽과는 달리 신탁통치 문제를 둘러싼 격심한 대립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학사는 ‘김일성 일파는 국내에서 활동했던 민족주의 세력과 공산주의 세력을 누르고 실권을 장악했다’고 정리했다.
주체사상과 선군정치를 설명하면서 북한의 주장을 옮긴 듯한 내용도 보였다. 삼화출판사는 주체사상 부문의 제목을 ‘독자 노선을 모색하다’라고, 선군정치 부문의 제목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제창하다’라고 했다. 주체사상이 변질됐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지학사는 “북한은 ‘강성대국’과 ‘선군혁명’을 주장하며 ‘우리식 사회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가운데 부분적인 개방과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라고 썼다.
북한의 경제위기와 북핵문제를 미국 탓으로 돌리는 듯한 표현도 문제. 미래엔컬처그룹 교과서는 ‘고립된 상황에서 핵 개발 등 무력도발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가해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기술해 체제 자체의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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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지식인포럼 이종철 대표는 “남한에 대해서는 오해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우호적 시각을 갖게 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북한 경제위기의 원인이나 지속적인 도발, 인권 문제를 누락한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