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물질 차단막 깨져… 1·3호기 폭발보다 심각
○ 2호기는 격납용기가 손상
2호기는 14일 오후 냉각장치가 고장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냉각수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1, 3호기와 마찬가지로 원자로 내부에 증기가 차기 시작했다. 도쿄전력 측은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최후의 수단인 바닷물을 냉각기로 주입했다. 하지만 핵연료봉이 14일과 15일에 걸쳐 두 차례 공기 중에 완전히 노출되는 일이 생겼다. 도쿄전력 측은 계속해서 바닷물을 투입했지만 결국 15일 오전 6시 15분에 폭발했다.
2호기가 1, 3호기와 다른 점은 격납용기가 파손됐다는 점이다. 1, 2, 3호기 모두 격납용기가 손상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증기를 강제로 배출하며 원자로의 압력을 낮췄다. 1, 3호기는 증기 배출로 나온 수소가 건물 윗부분에 모여 있다가 폭발하면서 건물 외부가 무너졌다. 하지만 2호기는 수소폭발로 외부건물 대신 격납용기가 손상됐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 측은 “격납용기의 압력을 억제하는 부위인 ‘압력억제실(서프레션 풀·Surpression Pool)’ 설비 근처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격납용기나 관련 장치가 훼손됐다면 1, 3호기에 비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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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폭발의 우려도 나왔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수소는 가벼운 기체라 격납용기 위부터 차게 되는데 아래에 있는 압력억제실까지 수소가 도달했다는 것은 농도가 매우 높은 상태인 것”이라고 말했다.
○ 2호기 핵융합 용융물 위험
더욱 심각한 것은 노심이 이미 여러 차례 수심 위로 노출되면서 핵연료봉이 용융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외신에 따르면 핵연료봉이 완전히 노출된 시간도 4시간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스리마일 섬(TMI) 사고 때 불과 2시간 만에 핵연료봉이 모두 녹아버린 것을 감안하면 이미 상당량이 용융됐을 가능성이 크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도 “비록 우리가 이를 직접 체크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일 냉각수 주입이 다시 안 되면 격납용기의 파손된 부위를 통해 용융물에서 기화한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될 수 있다.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아직 원자로 용기 전체가 파손된 것은 아니지만 위험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 5, 6호기도 온도 상승
2호기가 폭발한 지 3시간 반 정도 뒤인 오전 9시 38분, 4호기 건물 4층의 북서부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원자로 내부에 보관돼 있던 사용후 핵연료가 열을 갖고 있어 수소가 발생하면서 1호기와 3호기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수소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 나오토 총리도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의 4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방사능 수치가 크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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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지 중이던 5, 6호기에서도 4호기와 동일한 현상이 시작됐다. 4호기 폭발과 5, 6호기의 온도 상승은 일본 원전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사용후 핵연료’의 보관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