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둔황을 이야기하나온난화로 인한 홍수 등 기상이변…관광객 급증으로 지반 침하…석굴사원 등 소조 90%이상 피해 직면
실크로드학, 둔황학의 메카로 평가받는 중국 둔황 막고굴의 96굴 전경. 막고굴은 ‘왕오천축국전’ 등 무수히 많은 고대 사료와 파노라마 같은 불교미술로 전세계인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 제공 민병훈 씨
○ 둔황의 역사ㆍ문화적 위상
동서문화 교류의 십자로,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잇는 실크로드의 요충 둔황은 동서 교역상의 거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중원지방에서 서방으로 향해 뻗친 문화 안테나였으며 서역과 중국의 문화가 만나는 관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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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0년 전에 구축된 불국토, 막고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중앙아시아 사막지대의 실크로드 연변에는 불교의 동점(東漸) 과정에 개착된 수많은 석굴사원이 남아 있다. 주로 5세기 무렵부터 개착되기 시작한 이 석굴사원들은 겨울의 혹한과 여름의 혹서를 피할 수 있고 내구성이 뛰어나 사막과 같은 건조지대의 풍토조건에 적합한 사원양식으로 발전하였다.
석굴사원은 인도 데칸 고원의 아잔타 석굴에서 시작하여 아프가니스탄과 중국의 신장, 간쑤 지역 및 중원지방을 거쳐 한반도의 경주 일원에 이르기까지 마치 일세를 풍미하듯 실크로드의 요충에 앞다투어 조영되었다.
석굴사원은 고대의 목조건축 등 그 원형을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건축자료이다. 또한 석굴사원 내외에 장엄되어 있는 다수의 조각, 부조, 벽화 등은 불교의 동점과정에서 불교문화가 토착문화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각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지, 불교문화의 원류를 소급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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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 내부의 천장과 벽면에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채워져 있는 현란한 벽화는 그 총면적이 4만5000m²에 이르며, 점토로 빚은 소상은 2000구 이상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중국의 남북조와 수당대(隋唐代) 회화의 전세 작품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막고굴의 예술세계를 사막의 건조지대가 만들어낸 기적이자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라고 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위기에 처한 막고굴
현재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온난화 현상은 실크로드의 연변에 산재되어 있는 석굴사원 등 소위 흙으로 빚어진 문화유산의 보호에 있어서도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초목이 드문 사막지대의 경우 아주 적은 비에도 홍수가 나는 등 기상이변에 따른 강우의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 둔황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실크로드의 간선지대에 산재한 석굴사원 등 소조 문화유산의 90% 이상이 큰 피해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세계적 관광명소가 된 둔황에 관광객이 몰려들고 정주 인구가 급증하며 지하수를 과다하게 남용한 결과, 지반의 침하와 더불어 기상이변에 의한 강우량의 증가로 세계문화유산 막고굴에 심각한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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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진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우리 문화재를 소중히 보존하고 이를 후세에 전할 의무도 있지만, 이제는 우리 문화의 형성 발전과 깊은 관련성을 지닌 실크로드상의 문화재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하고 이의 보존과 수복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고 문화재 보호는 그 유적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고 선인들의 예지가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그 역사와 문화예술적 가치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관심의 표명과 기여는 관련 국가와의 문화교류 폭을 넓힐 중요한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를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 문화교류의 흐름에 실어 거시적으로 재음미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줄 것이다. 국제 문화시민으로서의 역할 수행이 절실한 요즘이다.
▶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 홈페이지 바로가기
민병훈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