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 논설위원
일본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간 나오토 총리가 작년 9월 참여를 검토한다고 발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웬만한 FTA보다 개방도가 높다. 협정국들이 10년 내에 원칙적으로 예외 없이 관세를 0%로 하는 것이다. 간 총리 측은 “버스(TPP)에 못 타면 뒤떨어진다”며 국민을 설득하고 있다.
TPP는 2006년 싱가포르 칠레 등 4개국이 발효했고 지난해 미국에 이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가 참여의사를 밝혀 현재 9개국이 협상 중이다. 뒤늦게 가세한 미국이 일본의 참여를 압박하는 등 열을 올리는 이유는 아태지역에서 중국이 사실상 주도하는 아세안(ASEAN) 중심의 지역통합을 견제하려는 데 있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미국은 TPP를 경제가 아닌 외교 문제로 인식해 국무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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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교수는 “한국도 쌍무적 FTA뿐 아니라 지역경제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대국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TPP 협상에 참여해 장차 중국 등 신흥국에 적용할 룰(rule)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TPP 참여를 낙관할 수는 없다. 그간 성과가 별로 없었고, 외교 실패와 정치자금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간 정권이 소문대로 올 상반기에 퇴진하면 TPP 추진 동력이 바닥날 수도 있다. TPP 없이 한중일이 아세안과 각각 FTA를 맺은 현재 체제로는 중국의 지배력이 너무 커진다는 것이 기무라 교수의 우려다.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은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국이 처음으로 국제회의의 막후 조정역할을 하면서 감격했다고 털어놓았다. 국제회의에서 의사표시를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던 과거와 달리 정상회의에서 다룰 의제를 다듬는 작업을 실제로 해보니 국제관계 메커니즘이 이해가 되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익힌 소중한 국제감각을 향후 G20 회의는 물론이고 아태지역 경제통합 논의에서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TPP 협상국 대부분과 FTA를 맺었지만 장래 국제관계 다각화로 얻을 국익을 위해 협상 진행에 관심을 더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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