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감원장 “신한 정신 못차려”…김석동 금융위원장 “변화없인 미래없다”
라 전 회장은 지난달 21일 신한금융 이사회가 열린 지 1주일 만인 28일 총 21만여 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세후(稅後) 약 20억 원의 평가차익을 얻었다. 그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감독 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지난해 10월 30일 회장직을 사퇴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신한 이사회의 결정과 관련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라 전 회장과 이사회를 다 포함한 것”이라며 “이사회가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스톡옵션 문제에) 당국이 직접 관여하기는 어렵고, 이사회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면서도 “앞으로 은행의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 과정에서 철저히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한금융 측은 신한 사태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라 전 회장 스톡옵션 문제가 불거져 난감해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이사회에서 2005∼2008년에 라 전 회장에게 부여된 스톡옵션 중 지난해 9월 신한금융 사태 이후 행사 기간이 도래한 2008년 부여분을 제외한 2005∼2007년 물량에 대해 행사 권한을 허용하기로 했다. 3곳의 법무법인 검토를 거쳐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으로 번복하기 힘들다는 것이 신한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김국환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라 전 회장이 금전적 손실을 끼치지 않았지만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라 전 회장이 사회 환원 등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쪽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측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이 지난달 28일 행사한 스톡옵션 물량은 2005년분 9만9447주, 2006년분 11만2794주 등 총 21만2241주다. 나머지 2007년분 5만6613주, 2008년분 3만8500주는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7년분의 행사가격은 5만4560원으로 3일 현재 종가인 4만7950원보다 높아 행사할 수 없고, 2008년분은 이사회가 신한 사태의 책임을 물어 권한 행사를 제한한 물량이어서 자진 반납에 의미를 둘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