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노트 크라이슬러 부사장
댄 노트 크라이슬러그룹 수석부사장은 2일 “한국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더 활발히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라이슬러코리아 제공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크라이슬러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크라이슬러그룹의 댄 노트 수석부사장은 “한국 부품산업은 가격 품질 기술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중국이 계속 쫓아오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노트 부사장은 피아트를 포함한 크라이슬러그룹의 부품 구매와 공급·품질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2006년 미국의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을 뽑을 때 23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크라이슬러는 2004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부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구입 금액은 5000만 달러(약 560억 원). 올해는 한국에서 부품 4억6000만 달러(약 5200억 원)어치를 사들일 예정이다. 해외 공장에서 구매한 양까지 합해 ‘한국 회사가 만든 자동차 부품’은 올해 7억8000만 달러(약 8800억 원)어치를 산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자동차기업 중에서 상당히 일찍부터 한국산 부품을 쓰기 시작했으며, 구매량도 많다. 노트 부사장은 “현지 공장이 있는 멕시코를 제외하고 북미 대륙 바깥에서 그 나라의 부품산업 규모를 감안할 때 한국은 우리가 부품을 많이 사는 나라 중 한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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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의 구매 담당자들이 이번에 방문한 부품회사 중에는 삼성SDI와 독일 보쉬가 함께 세운 합자회사인 SB리모티브도 있다. 크라이슬러는 내년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계획인 전기자동차 ‘피아트 500EV’에 SB리모티브의 배터리를 사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노트 부사장은 “2018년경까지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의 수익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며 “현 단계의 친환경차 부품 개발은 2020년을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차 전용 부품보다는 내연기관 엔진 부품과 알루미늄 휠이 당분간 주력 구매품목일 것이며, 조향장치와 타이어 제품 구매량이 증가 추세라는 설명이다.
‘한국 부품산업이 가격·품질 경쟁력은 있지만 독자적인 기술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노트 부사장은 “그래도 여전히 더 강화해야 할 부분은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라고 답했다. 그는 “자동차회사의 목표는 최고의 차를 만드는 것이고,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에 가장 좋은 품질을 원할 뿐”이라며 “한국 부품기업들이 중국 등 더 큰 시장을 목표로 해외 진출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