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상고사, 눈과 발로 직접 확인”
연구단은 19일 베이징에 도착해 곧바로 고대 북방문화와 남방문화의 경계를 이루는 바다링(八達嶺) 만리장성, 또 다른 하가점 하층문화 유적지인 상지팡잉쯔(上機房營子) 등을 거쳐 800여 km를 달려온 길이었다. 이들은 25일까지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와 랴오닝 성 일대에 흩어져 있는 4000∼5000년 전 유적지 16곳을 돌며 모두 2200km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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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답사에 나선 이유는 한국상고사의 실체를 학제간 연구로 풀어보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고조선 연구를 중심으로 한 한국상고사 연구는 부족한 문헌에 의존하느라 한계가 있었다. 자료의 신빙성과 해석 문제 때문에 연구자마다 큰 견해차를 보이기가 다반사였다. 연구단은 한국과 중국의 문헌뿐만 아니라 고고학, 언어학, 고천문학 등을 결합해 튼튼한 상고사 연구의 기초를 마련할 계획이다.
예컨대 고천문학에서는 별의 밝기에 따라 크기를 달리 표현하는 것과 같은 우리 민족 고유의 인식체계가 고구려 벽화는 물론 청동기 시대 한반도 남쪽 고인돌에서도 나타나는데 이와 비슷한 흔적을 만주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몽골어와 터키어 학자들은 인명이나 지명을 풀어서 역사의 실상에 접근하는 시도를 한다.
이들이 네이멍구와 랴오닝 성으로 간 이유도 이 지역에서 이루어진 고고학적 연구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총체적인 시각에서 들여다보기 위해서였다. 홍산문화유적을 둘러본 우석훈 인하대 대학원생은 “4000∼5000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 파편들이 여전히 지표면에 무수히 흩어져 있어 놀랍다”고 말했다. 상지팡잉쯔 유적지에서는 고구려 성에서 볼 수 있는 치(바깥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성벽구조)를 확인했다. 그러나 단편적인 유물로 한민족의 광활한 활동영역을 단정하는 것을 연구단은 경계한다. 조우연 인하대 연구교수는 “고구려 성에서 볼 수 있는 치를 네이멍구의 츠펑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것을 한민족과 연관짓기 위해서는 더욱 엄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민족의 기원을 연구하는 상고사 연구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는 특성이 있어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족만 강조하는 기존 상고사 연구체계로는 동북공정이나 현대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 연구단의 생각이다. 답사를 마친 서 교수는 “본격적인 연구에 앞서 문헌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고대인들의 삶과 사회를 연구원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답사 계획을 세웠다”며 “민족주의에 방점이 찍힌 기존 상고사 연구체계를 한층 보편적인 역사관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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