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수집은 강인한 체력의 공작원들이 ‘닌자(忍者)’처럼 특정 장소에 남모르게 침투해 정보를 훔쳐오는 방식으로만 이뤄지진 않는다. 오히려 정보를 지닌 사람들과의 사교를 통해 더 많이 이뤄진다. 첩보수집의 대상이 되는 실력자들이나 외국인들은 고급 호텔에서 우아한 만남을 하기에 모든 나라의 정보기관은 주요 호텔을 주시한다. 그래서 호텔 방을 빌려 사무실을 겸한 안전가옥(안가)으로 활용한다. 정보기관은 보안상 외부 사람을 내부로 불러들일 수 없으므로 이 안가로 불러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안가는 꼭 호텔 안에만 마련하는 것은 아니다. 허름한 음식점일 수도 있고 요정이나 일반 가옥이 될 수도 있다. 1998년 국정원의 한 공작팀이 중국 선양(瀋陽)에서 북한인 최모 씨를 데려와 일반 가옥형 안가에서 특수정보를 캐내는 조사를 했다. 그런데 그는 국정원이 원하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 잘못 데려왔다는 판단이 내려져 감시를 소홀히 하자 최 씨는 안가를 탈출해 모 신문사를 찾아갔다. 최 씨가 사라진 것을 알고 쩔쩔매던 국정원은 이 신문사가 연락을 해준 다음에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최 씨 사건은 이번 롯데호텔 발각 사건이 있기 전까진 가장 멍청한 공작으로 꼽혔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