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기 동반성장지수안’ 발표 앞두고…상생 성적순위 공개에 거부감… 위원회 “선전포고… 수용못해”
민관(民官) 합동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조만간 대기업들의 상생 노력 평가 기준이 될 ‘동반성장지수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7개 경제단체가 “위원회의 평가 기준이 부적합하다”며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위원회가 검토 중인 △대기업 상생 순위 공개 △중소 협력사 만족도 설문 등 대부분의 핵심 내용을 완화하거나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 측은 “이건 동반성장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분개하는 분위기다.
전경련은 20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조선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7개 경제단체의 공동명의로 ‘경제계의 동반성장지수 개선의견’이라는 건의문을 냈다. 건의문에서 전경련은 “동반성장지수는 민간주도로 마련하는 게 바람직한데 현재 정부가 추진해 문제가 많다”며 “위원회의 지수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먼저 위원회가 대기업 상생 성적 순위를 공개하겠다고 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전경련은 “기업의 동의 없이 순위를 발표할 법적 근거가 없고 등수가 낮은 기업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며 “상생 성적은 등수가 아닌 등급으로 매겨야 하고 명단은 잘한 기업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순위 공개를 통해 ‘상생 불량’ 대기업을 압박하려던 위원회의 당초 취지는 무색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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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위원회 관계자는 “재계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며 “그동안 20차례가 넘는 공청회와 실무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왔는데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건 (상생 추진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지수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당초 예상이 현실화됐다”며 “동반성장지수를 둘러싼 정부와 재계의 갈등이 계속되면 지수의 신뢰도도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