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의혹을 받아 온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이 16일 오전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장 청장에게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운영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달 초. 최근에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세무사 이모 씨에게 현금 5000만 원과 1300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맡겼다는 혐의를 받아 검찰의 수사 표적이 됐다.
장 청장은 이날 오후 방위사업청 내부 게시판에 ‘방위사업청을 떠나며’라는 제목으로 사퇴 심경을 담은 A4용지 1장 분량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자긍심을 무기로 일하는 직원과 군 장병은 물론 공직사회 전체와 이명박 정부에 저와 관련해 각종 의혹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태는 혐의의 진실 여부를 떠나 분명 당혹스러운 일로 생각된다”며 “더 이상 저 때문에 청의 막중한 임무가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사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 측은 “당분간 권오봉 차장이 청장 직무를 대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청장은 ‘장관 위의 차관’ ‘왕(王)차관’으로 불렸던 이명박(MB)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다. 행시 15회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등에서 경제 관료의 길을 걷다 2007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나와 MB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대선캠프에서 고교(경남고) 선배인 강만수 경제특보와 함께 ‘MB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너무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로 군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마찰을 빚었다. 군 일각에선 ‘국방 현안을 잘 모르는 차관이 너무 나선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상희 당시 국방부 장관과의 불화설도 여러 차례 나돌았다.
급기야 2009년 8월 이 장관은 장 차관이 국방예산 삭감안을 청와대에 직보한 것을 두고 ‘하극상(下剋上)’이라고 비난하는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보냈다. 장 차관은 코너에 몰린 듯했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선 장 차관의 책임론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결국 물러난 건 이 장관이었다.
이를 계기로 장 차관은 당시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함께 현 정부의 대표적 실세차관으로 입지를 더욱 굳혔다.
장 차관은 지난해 8월 방위사업청장으로 중용돼 국방획득체계 개선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 정부에서 누구보다 ‘장수’할 것으로 예상됐던 장수만 청장은 잇단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6개월 단명 청장으로 끝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