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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선도학교 발표에 서열화 우려 현실로…

입력 | 2011-02-15 03:00:00

3류 학교로 찍힌 기분, 벌써 기죽어요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이 이달 초 발표한 ‘10대 학력향상 선도학교’(이하 선도학교) 선정을 놓고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시교육청이 나서서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부족한 상태. 시와 시교육청은 선도학교 공모에 신청한 인천 시내 67개 일반고교의 운영계획서 심사와 학교장 면접 등을 거쳐 10대 선도학교와 잠재성장형 고교 15곳을 1일 선정한 바 있다.

○ 학교 서열화 우려

지난달 고등학교를 배정받은 이모 군(16·인천 남구)은 학교가 선도학교에서 탈락해 상대적으로 허탈감에 빠졌다. 이 군은 “이미 친구들 사이에서 ‘선도학교는 명문고’ ‘떨어진 학교는 3류 학교’로 구분되고 있다”며 “입학도 하기 전에 벌써 기가 죽어 학교 다니기가 싫다”고 말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몇 년만 지나면 선도학교와 탈락 고교의 사이에 서열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학력 향상 선도학교는 당장 내년부터 신입생 선발 시 정원의 20%에 대해 우선선발권을 갖는다. 여기에 올해부터 2014년까지 연간 4억 원씩 총 16억 원의 지원금도 받는다. 이 때문에 일선 교육계에서는 “선도학교가 우수한 학생 선발권을 갖고 상당한 예산까지 지원받으면 결과적으로 탈락한 학교의 학력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선도학교에서 탈락한 A고교 관계자는 “선도학교에 우수 학생을 다 빼앗기면 나중에 명문대 입학생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학부모 유모 씨(53)는 “고교 평준화가 이뤄진 인천에서 느닷없이 선도학교를 지정해 학교를 명문, 비명문고로 나눠 매우 혼란스럽다”며 “아이가 느끼는 상대적 허탈감은 더욱 큰 상태”라고 말했다.

○ 정치적 입김에 흔들리는 인천교육


학력향상 선도학교는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10대 일반 명문고 집중 육성’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학교 서열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시와 교육청은 이름만 ‘명문고’에서 ‘선도학교’로 바꿔 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은 “인천시가 교육 관련 예산을 적극 지원한다고 해 예산이 부족한 교육청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뿐”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 교육·시민 단체들은 “선도학교 선정이 10년째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인천의 학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학교 서열화는 물론 학력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는 결국 탈락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현경 인천시의회 의원은 “이번 발표에서 잠재성장형 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학교들은 2류, 3류 학교로 낙인 찍혀 학교 간 위화감이 커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은 선도학교 운영과 관련해 파문이 일자 뒤늦게 선도학교에서 영재학급 편성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철저한 예산 편성 지도를 통해 선도학교가 중복 지원을 받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또 선도학교가 지원받은 예산을 인근 학교와의 협력 프로그램에 더 많이 사용하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이재훈 시교육청 교육국장은 “현재까지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 선도학교를 운영할 것”이라며 “최초 사업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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