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의 진가 서양에 알리고 싶어”
‘허생전’ 등 연암 박지원의 소설을 영문으로 펴낸 우송대 이만열 교수. 그는 “연암의 소 설은 매력적이고 연암은 존경할 만한 지식인이었다”고 평가했다. 사진 제공 우송대
벽안(碧眼)의 외국인 교수가 최근 서울대출판사에서 조선 후기 실학자 겸 소설가였던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양반전 허생전 등 소설 10권을 영문으로 번역해 펴냈다.
주인공은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우송대 솔브릿지국제대 국제경영학부 교수(47). 연암 소설 일부가 영역된 적은 있지만 작품 전부가 영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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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낙규 서울대 미학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역자의 역량으로 볼 때 이 책은 단순한 언어적 번역을 넘어 학술적 연구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가 연암을 처음 접한 것은 1995년 하버드대에서 박사 과정(동아시아언어문화학)을 하던 중 서울대에 교환 학생으로 오면서부터.
“당시 한중일 고전소설에 대한 비교 연구를 하다 연암의 매력에 흠뻑 빠져 언젠가 번역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2005년 한국문화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작업을 시작했죠. 한국은 노벨 문학상을 의식해 살아 있는 작가 위주로 문학작품을 번역하는 경향이 있지요. 하지만 연암의 작품은 세계문학사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하버드대나 예일대 등 미국 대학 교육과정에도 소개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 교수가 연암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신분이 낮거나 소외된 계층에 대한 그의 배려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문자인 한자로, 그것도 가장 고급스러운 문체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묘사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교수는 “연암의 소설은 거지와 농민, 과부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섬세히 묘사함으로써 조선시대를 아래에서 위로 조망할 수 있게 했다”며 “당시 문학에서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이런 사람들을 과감히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으며 소설을 통해 사람의 의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진정 용기 있고 의식 있는 작가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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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암 소설 영역본을 조만간 미국 인터넷서점에서 판매하고 오프라인 서점에도 진열할 계획”이라며 “연암의 진가를 서양에서도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일대와 일본 도쿄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1997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일리노이주립대 부교수와 주미한국대사관 자문관, 대전의 생명공학연구원 및 원자력안전기술원 자문관 등을 지낸 뒤 우송대에서 교수 겸 아시아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