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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다함께/전문가 기고]지자체에 예산-권한 넘겨야

입력 | 2011-02-08 03:00:00

중앙정부 정책만으론 한계




양기호 한국다문화학회 회장·성공회대 교수

한국의 다문화인구는 2010년 현재 125만 명이며 총인구비율도 2.5%로 늘어났다. 40년 뒤인 2050년에는 인구의 약 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 보니 다문화정책에 대한 정부와 매스컴의 관심은 매우 높다. 2005년 이후 본격화한 다문화정책은 중앙부처 법률이 4개,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지원조례가 무려 200개가 넘는다. 예산은 2009년 1053억 원, 2010년 1173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인 지원네트워크도 잘 구축되어 있다. 160개에 달하는 전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 네트워크, 전국에 300개가 넘는 종교기관과 시민단체가 외국인노동자, 다문화가정, 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과 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의 다문화정책은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해온 셈이다.

법률-조례 200여개 ‘급성장’

최근 들어 부처별 지역별 기관별로 제각각인 다문화정책을 가칭 이민청이라는 통합기구를 신설해 총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연구를 담당할 수 있는 외국인정책 총괄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컨트롤타워를 말하기에 앞서 다문화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 첫째, 중앙정부 중심의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문화사회는 정부의 정책만으로 되지 않는다. 다문화가정과 외국인노동자는 동네 학교 직장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역사회 및 주민들과 공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천천히 형성되는 것이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은 이민 역사가 수백 년이 된 이민국가인 반면 한국은 겨우 다문화사회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단기적인 정책효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에서 다문화가 수용되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법률과 예산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차별 방지와 인식 개선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 기업, 지역공동체가 다문화정책의 주체가 되도록 바꾸어 가야 한다.

책임소재 불분명… 흐지부지

둘째, 현재 한국의 다문화정책은 종합적인 정책체계가 아닌 철저히 부처별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이민 수용이나 다문화정책의 경험이 일천하고, 외국인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현 시점에서 더욱 그렇다. 여성가족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부처별로 나뉜 업무를 통합기구에서 하나로 묶어 전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국적이고 제도화된 조직 예산 법률의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이민청의 기능과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그나마 만들어놓은 것도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지역-유형별 격차 점차 커져

셋째, 현재의 다문화정책 체계는 바뀌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중앙정부 중심에서 벗어나 지자체와 지역사회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중앙부처의 이민청 설치보다는 지자체의 다문화 통합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 다문화정책이 지나치게 중앙정부 주도로 되다 보니 지역별 유형별 대상별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자체마다 부서도 다르고 예산도 천차만별이다. 결혼이민자에게만 예산지원이 집중하는 것도 문제이다.

따라서 외국 이주민이 실제로 거주하는 생활현장에서 다문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지자체와 중소기업, 시민단체가 협력하면서 다문화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기호 한국다문화학회 회장·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