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제국처럼 싸움만”… 회장인선 파벌 경고금융권 “규제 강화” “CEO선임에 월권” 엇갈려
김석동 금융위원장(사진)은 1일 기자들을 만나 최근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둘러싼 내부 파벌 경쟁설에 대해 “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신한금융) 사태가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파벌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개탄할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은행은 결국 정부의 인가를 받아 장사하는 규제산업이고 신한금융은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과정에서 많은 정부 지원을 받았는데도 일부 내부 인사들이 마치 자기 제국처럼 싸움을 벌였다”며 “은행 지배구조 잘못으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시점에서 즉시 사죄하고 차기 회장을 뽑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산업의 리스크 가운데 가장 큰 리스크는 CEO 리스크”라며 “신한금융이 CEO 유고사태가 발생했는데도 (곧바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3월 주주총회까지 괜찮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국내 금융회사들도 내부에서 어떤 사태가 발생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고 오해할까봐 걱정”이라며 “유고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후계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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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때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소신을 폈던 김 위원장의 성향이 이번 발언을 계기로 확실히 드러났다는 반응도 적잖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3월 주주총회까지 차기 경영 지배구조의 틀을 다시 짜겠다고 한 것은 이미 지난해 공표한 것인데 장관급 인사가 현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차기 회장 후보 가운데 민간 출신으로는 류시열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등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관료 출신으로는 강만수 대통령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만 신한금융의 창립 주주면서 그동안 신한금융 사태에서 발언권이 높았던 재일교포 주주들은 관료 출신이 차기 CEO로 오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