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4곳 25일만에 재개장… 기린 등 백신맞고 컴백
지난해 말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이달 1일부터 문을 닫았던 서울동물원이 26일 재개장했다. 이날 오후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구제역 대상인 우제류(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인 바바리양을 보고 있다. 과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6일 오전 10시. 영하 12도의 추위에도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동물원 ‘곰사(곰 우리)’ 앞에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지난해 말 동물원을 탈출해 9일 동안 청계산을 휘젓고 다녔던 말레이곰 ‘꼬마’를 보기 위해서다. 태블릿PC를 들고 사진을 찍는 한 여성 관람객은 “한 달 동안 못 봤다”며 “재개장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꼬마도 반가웠는지 관람객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으르렁” 포효하며 우리 앞으로 뛰어 나왔다. 뒤이어 스물네 살 연상인 아내 ‘말순이’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왔다. 서울동물원 재개장 첫날. 꼬마도, 말순이도, 관람객들도 모두 반가운 표정이었다.
○ 한 달 만에 나타난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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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울동물원은 기린, 코끼리 등 우제류(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 감수성 49종 569마리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공수해온 특별 백신(일반 백신보다 3배 농축된 것)을 맞게 했다. 이후 6종 3마리씩 18마리를 샘플 조사해 항체가 형성됐음을 확인했다.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은 대부분 꼬마와 말순이가 있는 곰사로 몰렸다. 50일 전인 지난해 12월 6일 동물원을 탈출했을 때만 해도 서른한 살짜리 부인 말순이가 싫었던 꼬마는 날씨가 추운 탓인지 3.3㎡(약 1평) 남짓한 우리 안 공간에 함께 있었다. 바로 옆 레서판다가 짝짓기 중인 것과 달리 꼬마와 말순이는 여전히 냉랭했다. 함계선 사육사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꼬마와 말순이를 위해 낡은 우리를 리모델링하고 말레이곰 특별 전시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다음 달 2차 백신 투여
지난해 말 서울동물원을 탈출해 9일 동안 청계산을 휘젓고 다녔던 말레이곰 ‘꼬마’. 26일 오후 서울동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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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물원은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사라질 때까지 방역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모의원 서울동물원장은 “관람객들이 들어오는 지금부터가 진짜 구제역과의 전쟁”이라며 “예방 차원에서 다음 달 8일경 우제류 동물에게 2차 백신을 투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과천=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