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도쿄 특파원
일본 경제가 1989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히가시오사카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오랜 경기침체로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데다 전통 제조업에서 정보기술(IT)로 산업의 세대교체까지 일어나면서 명성을 빠르게 잃어갔다. 폐업하는 공장이 늘고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활기가 넘치던 골목들은 ‘어두운 뒷골목’으로 전락했다. 좀도둑과 소매치기가 판을 치다 보니 이곳을 등지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 중소기업인들에게 불황이나 경기침체보다 더 무서운 게 있었으니 바로 젊은 세대들의 제조업 경시 풍조였다. 전통 제조업의 특성상 기름때를 묻혀가며 고지식하게 기술을 하나하나 전수받아야 하는데 젊은이들은 이를 외면했다. 후계자들이 모이지 않자 ‘동네 공장’들은 문을 닫아야 했고 이는 다시 실업과 사회불안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젊은이들의 관심은 역시 화려함과 첨단이다. 일본의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 만들기’라는 뜻의 일본어)도 그런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해 12월 오사카 우주산업 현장을 취재하면서 만난 아오키사(社) 아오키 도요히코(靑木豊彦) 회장은 ‘모노즈쿠리의 첨단화 패션화’를 우주산업에서 찾았다. 히가시오사카의 내로라하는 중소기업과 함께 우주개발협동조합(솔라·SOHLA)을 결성해 인공위성 제작에 도전한 것. 제 아무리 제조업이 발달한 일본이라지만 중소기업이 첨단기술의 집적체인 인공위성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솔라는 4년여의 협업 끝에 2009년 1월 23일 무게 50kg의 소형위성을 우주로 띄워 보내는 데 성공했다.
솔라의 성공신화는 히가시오사카 일대에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중소기업과 이 지역 대학 간의 우주 관련 산학협동 프로젝트가 불붙듯 일어났고, 우주산업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벤처 창업이 이어졌다. 우주개발은 특화된 대기업이나 전문 연구소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중소기업도 할 수 있다는 거대한 긍정의 에너지를 만들었다.
솔라는 요즘 다시 새로운 도전을 내걸었다. 탄탄한 부품소재 기술력을 살려 가혹한 우주환경에서도 통할 수 있는 두 발로 걷는 달 탐사로봇을 2020년까지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창원 도쿄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