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겨울트레킹
태백산 천제단 앞에서 백두대간 마루금과 나란히 남서쪽으로 펼쳐지는 산악 풍광. 중첩된 다섯 개의 산줄기 중 맨 끝부터 세 개가 모두 백두대간이다. 맨 뒤 중앙(눈 덮인 흰색 부분)이 소백산 정상(비로봉 1439m)이고 그 앞이 선달산, 그 앞이 구룡산 줄기다. 태백산 천제단=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태백산은 특별하다. 가보지 않은 이도 가본 듯 친숙하다. 오르지 않았어도 오른 듯 친근하다. 본 적 없지만 본 듯 확연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게 있다. 올라본 뒤에도 형상을 기억하지 못한다. 분명 다녀왔지만 다시 가고픈 생각이 굴뚝같다. 분명 산인데 산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금강산은 그림 속에 허다하다. 태백산은 정반대다. 태백산을 그림으로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게 태백산이다.
유일사 주차장을 출발한 등산객이 1시간 후인 오전 10시반 경 산등성 위로 모습을 드러낸 아침 햇살을 안고 설산의 눈길을 타박타박 오르고 있다. 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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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천제단. 높이 3m, 지름 8m로 둥그렇게 돌로 쌓았다. 그 안 돌제단 위에는 ‘한배검’이라고 적힌 돌비석이 있다. 그 앞에서 두 사람이 기(氣)를 청하고 있다. 기는 하늘 향해 든 양손과 양팔로 받는 모양이다. 제단 동편 너른 마당엔 ‘太白山’ 석비가 있다. 그 앞으로 문수봉(1517m)이 보인다. 당골광장을 향한 하산 길은 내내 양지녘이다. 도중에 단종비각과 망경사를 지난다. 단종은 승하 후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망경사 경내엔 국내 가장 높은 곳의 샘이라는 용정(1470m)이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유명한 것이 있다. 경내 매점에서 사먹는 컵라면이다. 마침 한가득 등짐 진 노인이 경내로 들어선다. 매일 이만큼 짐을 지고 오른단다. 망경사 컵라면 낮참은 이런 수고와 용정 샘물로 이뤄진다.
태백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태백 닭갈비? 태백 한우? 안먹고 오면 아쉬울 걸요▼
태백산 여행길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태백의 명물 닭갈비와 한우고기, 막국수다. 닭갈비는 춘천류와 태백류로 나뉜다. 고기를 발라내 매운 양념에 버무리는 것은 같다. 차이는 조리법에 있다. 춘천류는 고기만 숯불에 굽는다. 프라이팬에 고구마 등 야채를 넣고 두루치기로 볶는 것은 아류다. 태백류는 커다란 전골냄비에 가락국수 사리(혹은 당면)를 넣고 국물을 흥건히 부어 찌개처럼 끓여낸다. 춘천류는 전국 어디나 있다. 하지만 태백류는 태백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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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막국수의 특별한 맛도 태백닭갈비와 같은 맥락이다. 둘의 공통점은 ‘국물’. 맛의 비결도 그 국물에 있다. 태백주민의 국물음식 선호 경향은 고원(해발 650∼950m)의 건조한 기후에서 왔다. 그래서 태백 맛집의 요리비결을 살피면 여지없이 국물 맛에 방점이 놓인다. 그 비결은 고기나 멸치가 아니라 채소와 한약재로 내는 데 있다. 올겨울 태백을 찾았다면 닭갈비와 한우고기, 막국수만은 꼭 맛보고 돌아가기 바란다.
태백닭갈비(대명 닭갈비)
태백닭갈비의 ‘원조급’ 식당이다. 여주인 박금자씨(60)에 따르면 태백닭갈비가 처음 등장한 건 29년 전 장성(황지와 더불어 태백시를 형성한 지역)에서다. 그 2년 후 장성에서 개업해 두 번째 닭갈비식당이 되었는데 원조식당은 주인이 바뀐 후 없어졌다고. 이곳 닭갈비 국물은 무 생강 마늘 양파에 오가피나무와 감초 등 한약재까지 넣고 끓인 순식물성이다. 양념한 닭갈비살을 넣고 국물을 부은 뒤 냉이 파 등 갖은 채소까지 얹어 즉석에서 끓인다. 남은 국물에 볶아 주는 밥도 일미. 1인분 6000원. 연중 무휴, 개점 오전 11시∼오후 11시. 상장동 95-60(국도 35호선 봉화 방향 길가 1층), 033-552-6515
○ 한우마을
여러 차례 찾았지만 언제나 입을 만족시키는 태백의 대표적인 한우식당. 구이용의 경우 오로지 한우 갈비살만 낸다(200g당 2만5000원). 생고기도 맛볼 수 있고 된장국수도 별미다. 황지1동 42-51 이림상가 1층. 033-552-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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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막국수(강선 막국수)
1989년 태백산 아래 당골에서 ‘촌집’이란 간판을 내걸고 시작한 태백의 메밀명가다. 국수와 편육 메밀·감자전 모두 개업 때부터 주방을 맡아온 이금란 씨(58)가 낸다.
당골의 ‘촌집’은 이 씨 동생이 운영 중. 막국수(5000원) 맛의 비결을 묻자 “메밀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국수와 비장의 국물”이라고 답했다. 국수는 메밀가루가 60% 이상 차지한다고. 깊은 맛에 감칠맛 도는 국물은 양파 파 배 생강 감초 고추씨 등 10여 가지 재료에 한약재와 코다리를 넣고 함께 우려낸 것이다. 돼지편육(2만 원) 역시 갖은 약초와 인삼, 엄나무 등을 넣고 고아낸 국물에 삶아낸다. 고기도 도축장에 직접 주문해 배달받는 국산만 쓴다고. 편육에는 쌈에 얹을 명태식해도 함께 낸다. 둘째 넷째 일요일은 쉬며 개점은 오전 11시 반∼오후 9시. 황지동 409-5, 033-552-6680
▼구제역에 눈축제는 쉬어도··· ‘불가사의’ 눈조각 보러오세요▼
45만 명(2010년)이 찾았던 태백산 눈축제. 21∼30일 열 계획으로 준비했지만 구제역 파동으로 막바지에 취소됐다. 그래도 축제의 상징인 눈 조각과 눈·얼음 놀이터만큼은 운영한다. 체험 이벤트와 먹을거리장터, 태백산 눈꽃 트레킹 등만 뺐다.
당골 광장 태백산 눈 축제의 주 행사장. 관리사무소부터 언덕 위 등산로 입구까지 행사장 5곳이 주제별로 조성됐다. 최고 볼거리는 사랑동산(최상단)의 초대형 눈 조각. 올 테마는 ‘세계의 불가사의’. 높이 8m 길이 15m의 초대형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 스핑크스, 제우스신, 전시황릉 병마용, 싱가포르 머라이언 상, 이스터 섬의 모아이 상(총 14개)이 설벽 부조 및 음각 작품(19개)과 함께 전시돼 있다. 지름30m의 초대형 이글루카페(눈으로 만든 반구형 집)도 경연에 참가한 전국 대학생 팀의 눈 조각과 함께 그 옆에 들어섰다. 눈집 안에서는 얼음의자에 앉아 얼음테이블에서 따뜻한 차를 마신다.
그 아래 은가비정원은 청사초롱 거리로 꾸며졌고 그 밑 환희동산에서는 얼음썰매와 얼음미끄럼(길이 30m), 미니 아이스하키장이 있다. 광장 입구의 가온누리에는 스노 래프팅(언덕 튜브타기)장이, 그 위 청정동산에는 애니메이션 눈 조각이 들어섰다.
별빛 페스티벌 31일까지 황지연못과 중앙로 일대를 일루미네이션(조명조형물)으로 장식.
태백시 △찾아가기: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나들목∼국도 38호선∼사북∼태백 △태백시청(관광문화과) 033-550-2085, 2081∼3 △관광안내소 033-550-2828 △태백산 도립공원 033-550-2741∼4
여행상품 ▽철도=눈꽃열차: 태백산레일바이크(정선) 혹은 바다열차(삼척∼강릉)와 더불어 정동진 관광 후에 3시간 반 동안 태백산 눈축제를 즐길 수 있는 하루 일정 패키지. 코레일관광개발(www.korailtravel.co.kr) 1544-7755 ▽버스=트레킹 전문 승우여행사(www.swtour.co.kr)의 눈꽃 트레킹은 매주 목·토·일요일 서울 출발. 02-720-8311 ①태백산: 사길령 매표소∼천제단∼당골 ②함백산: 만항재에서 출발. ③하이원 하늘길(운탄도로): 하이원CC∼전망대∼백운산∼도롱이연못(이상 3만9000원) ④새비령: 예미(정선)∼함백∼새비령, 4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