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사람 이외에는 이렇다 할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교육열은 당연한 현상이다. 국가와 개인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우리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이 극복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결과로 나타난 사교육 수요 공급 체계를 강제로 무너뜨리는 것도 쉽지는 않다. 문제는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데 있다.
대한민국에 교육정책은 사라지고 사교육비 대책만 남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정권 들어 더욱 심해졌다. 한편으로는 국가경쟁력 제고와 인재 양성을 외치며 다른 쪽에서는 수학올림피아드 참가 학생이 줄었다고 자랑하는 정부의 이중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 대책마저도 ‘헛다리’를 짚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은 정부다. 입학사정관제니 창의적 체험 활동이니 하는 새로운 입시제도는 ‘개천에서 용 나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조치와 다름없다. 학교 수업과 교사의 도움만으로 이들 제도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조만간 실시될 예정인 국가영어능력평가에 대해서도 사교육 유발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현행 초중고교 영어 수업을 통해 이 평가가 중요시하는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녀 교육에 돈을 쓸 여유가 있는 계층에 유리한 입시정책만 쏟아내면서 사교육비를 잡겠다니 정말 아이러니다.
정부의 사교육 대책은 출발점부터 어긋났다. 사교육 기업들과 소모적인 전쟁을 일삼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사교육은 정부와 싸움을 할 마음이 없기 때문에 전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들은 단지 교육 현실 속에서 돈을 벌 길을 모색할 뿐이다. 교육정책에 허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교육은 번성한다. 겉으론 사교육을 줄인다고 하면서 슈퍼맨도 따라가기 벅찰 정도의 입시정책을 양산해 낸다면 사교육비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부의 역할은 공교육이 부족한 부분을 사교육이 보완하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학교 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오히려 전쟁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변화를 거부하는 학교와, 능력보다 학벌을 우선시하는 국민의 그릇된 의식을 상대로 벌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