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격언-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김남복 기자 knb@donga.com
주식투자를 할 때도 산과 물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의 산을 제대로 볼 줄 알면 시세의 흐름이 산맥의 줄기처럼 눈에 훤히 들어온다. 하루하루의 등락에 연연하지 않고 산맥을 잘 조망하면 추세를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흐름을 볼 수 있다. 또 증시의 물을 제대로 보게 되면 시장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소형주의 시냇물이 중형주 강물을 따라 흐르다가 대형주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흔히들 인생을 산에 비유한다. 힘들게 올라가 산의 정상을 정복하더라도 다시 내려와야 하듯 인생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경제의 사이클과 증시의 큰 흐름도 마찬가지다. 동네 뒷산은 그다지 높지도 않거니와 깊은 골도 없다. 그러나 금강산이나 백두산은 다르다. 칼날 같은 봉우리가 있고 봉우리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 같은 계곡이 있다. 산세가 다 다르듯이 경제 사이클도 나라마다 모두 다르고 주가 그래프도 주식마다 제각각이다.
완만히 오른 주식은 단기간에 큰 이익을 본 세력이 없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더라도 급하게 주식을 팔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 간혹 시장 여건이 나빠져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때도 있겠지만 큰 흐름은 여전히 완만하다. 반면 가파르게 단기 급등한 주식은 짧은 기간에 큰 평가이익을 본 투자자들이 언제 이익을 실현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항상 매도 기회를 엿본다. 그래서 어떤 악재가 나와 주가 상승세가 멈추면 서둘러 매도에 나서고 결국은 매물이 매물을 불러일으키며 급락세를 초래한다.
그래도 내재가치가 뒷받침이 되고 영업실적이 호전되는 주식이라면 급한 매물을 소화한 뒤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대형 우량주들은 백두대간의 산맥처럼 중간중간 작은 산봉우리들을 만들며 간간이 짧은 조정을 거치지만 꾸준히 힘차게 뻗어간다. 특히 증시가 대세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 핵심 주도주인 종목들은 단기 급등 후 약간의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단기적인 등락에 지나치게 연연하면 큰 이익을 놓칠 수가 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고,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는 격언에 얽매이지 말고 한층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버티는 배짱이 필요하다. 큰 산을 오르면서 중간중간 나타나는 작은 봉우리 위에 올라가 그 산을 정복했노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지만 아무리 우량주이고 시장 주도주라고 해도 지나친 단기 급등 뒤에는 하락 조정 과정이 필수적이므로 이러한 주가 등락의 리듬을 잘 파악해 투자하면 더욱 효율적이다. 또 기업 내용과 상관없이 허황된 재료를 바탕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소위 작전종목 같은 주식들은 폭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가가 상승하기 전의 시세로 되돌아간다. 뒤늦게 이런 종목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주식 시세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박용선 SK증권 역삼역지점 영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