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총괄사장 ‘공격경영’ 선언
하성민 SK텔레콤 신임 사장이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SK텔레콤 본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통신시장이 올해도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공격적인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 제공 SK텔레콤
“올해 통신시장은 힘들었던 지난해보다도 더 힘든 한 해가 될 겁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SK텔레콤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하성민 총괄 사장(54)은 1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경쟁이 올해 더 치열해질 거라는 전망이었다.
하 사장에 앞서 SK텔레콤을 이끌었던 정만원 SK그룹 부회장은 “사람들이 하도 눈빛이 무섭다고 해서 일부러 눈빛을 가리려고 뿔테안경을 쓴다”고 말하곤 했다. 그에 비하면 하 사장은 인상이 훨씬 부드럽다. 하지만 그는 “직장생활 20년을 거치면 공격적이지 않을 임원은 세상에 없다”며 “시장점유율은 절대로 뺏기지 않을 것이며 ‘젊은 조직’이란 우리만의 강점을 이용해 ‘스피드’로 경쟁사를 압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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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반기에 시작하겠다던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서비스를 7월에 선보이겠다고 구체적인 시기를 못 박았다. “하반기의 맨 앞을 택했다”는 것이다. LTE는 이상철 부회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경쟁사보다 앞서서 시작하겠다”고 강조한 사업이다. 하 사장은 기존에 사용하던 주파수 반납 등의 제도적 문제만 아니었다면 이보다도 더 앞당기고 싶었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연말에나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또 KT가 자랑하는 무선랜인 와이파이(Wi-Fi) 망에 대해서는 “무조건 숫자만 늘릴 필요는 없다”며 “이미 우리 와이파이 망을 경쟁사 가입자들이 50% 가까이 쓰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SK텔레콤은 무선랜 인프라를 모두에게 개방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이를 자사(自社) 가입자에게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는 경쟁사 CEO에 대한 질문에는 “저보다 연륜과 경험, 개인적인 능력에서 모두 뛰어나신 분들”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경쟁사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표현을 쏟아냈다. 예를 들어 최근 스마트폰 통화품질 문제가 증가했다는 얘기를 꺼내자 “망에 부담이 있긴 하지만 우리는 사고가 없었는데 (통화품질 문제가 있던) 경쟁사와 도매금으로 취급돼 억울하다”고 했다. 통신사의 지나친 마케팅비 얘기가 나왔을 땐 목소리를 높였다. 하 사장은 “우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마케팅비 사용제한 가이드라인(매출액 대비 22%)을 지키려고 했고, 근사치에 가깝게 지켰는데 경쟁사가 비용을 많이 썼다”며 “그런데도 (방통위에서는) 별 소식이 없고 연초부터 시장은 매우 혼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선장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SK텔레콤의 새 목표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하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께서 임명장을 주면서 ‘사업을 좀 더 키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며 “올해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이익도 동시에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경영’을 하겠다는 얘기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