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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축구장에 ‘조폭 선수’를 투입할 수도 없고…”

입력 | 2011-01-12 11:06:04


거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아이스하키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의 스타로 꼽히며 지금도 '그레이트 원(Great One)'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웨인 그레츠키(50).

캐나다 출신의 그는 1979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에드먼턴 오일러스에서 시작해 1999년 뉴욕 레인저스 팀에서 은퇴할 때까지 NHL에서 전무후무한 40가지의 각종 기록을 세웠다.

이중에서도 15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6번의 올스타 선정, 한 시즌 200포인트(골+어시스트) 돌파, 14시즌 연속 100포인트 돌파 등은 초인적인 기록으로 꼽힌다.

그는 통산 2857포인트(894골+1963어시스트)를 기록한 뒤 은퇴했고, 이후 지도자로 변신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 캐나다대표팀 감독을 맡는 등 '빙판의 제왕'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선수들끼리 주먹을 주고받는 난투극조차 경기의 한 부분으로 여길 정도로 거친 아이스하키에서 그레츠키가 20년 넘게 '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타고난 천재적인 재능과 본인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에 더해 주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NHL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팀을 중심으로 그레츠키가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보디가드 선수' 가동.

거친 몸싸움이 용인되는 아이스하키. 그러나 상대팀 선수들이 그레츠키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파울성의 심한 보디체크를 하거나, 그레츠키의 부상이 염려될 정도로 거친 플레이가 이어지면 '보디가드 선수'가 출동한다.

우람한 체격에 복싱 선수 못지않은 주먹 실력을 갖고 있는 게 이들의 특징. 가히 '빙판 위의 '조폭'이라 불릴 만한 이들은 그레츠키를 괴롭힌 선수들을 찾아다니며 '보복'을 한다.

이런 상황이니 그레츠키와 맞붙는 선수들은 감히 시비를 걸거나, 반칙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듯.

바레인 수비수가 한국의 구자철(왼쪽)에게 파울을 범하고 있는 장면. 연합뉴스


아시아축구의 정상을 가리는 제15회 아시안컵축구대회가 8일부터 카타르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몇몇 경기는 축구가 아니라 격투기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거친 플레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국내 누리꾼들은 8일 열린 A조 예선 중국-쿠웨이트의 경기를 대표적으로 꼽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날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은 지나치게 거친 몸싸움을 연발했고, 이에 한순간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쿠웨이트 선수가 비신사적 보복 행위를 한 뒤 퇴장당해 결국 10명으로 싸운 끝에 패했다"며 이날 중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쿵푸축구'라고 비난했다.

바레인 수비수에게 파울을 당해 그라운드에 누워 있는 박지성. 연합뉴스


또 몇몇 누리꾼은 11일 한국-바레인전에서 한국이 승리했지만 주장 박지성이 상대의 거친 수비에 부상을 당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바레인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던 박지성은 자주 그라운드에 쓰러져 축구팬들을 안타깝게 했는데, 특히 전반 23분 바레인의 수비수가 공중볼을 다투던 중에 박지성의 골반을 걷어찬 것.

꾀병을 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박지성도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며 괴로워했고, 이를 지켜본 동료 선수들이 해당 선수에게 강한 어필을 하기도 했다.

'왕의 귀환'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아시안컵에서 51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축구.

14일에는 터프하기로 소문난 호주와 예선전을 치러야 하고, 정상까지 가는 길에는 '쿵푸축구'를 하는 중국과도 맞부딪칠 가능성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축구장에 '조폭 선수'를 넣을 수도 없고….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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