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5일 ‘공화국 정부 정당 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우리와 손잡고 나가려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남조선 당국을 포함해 정당 단체들과 폭넓은 대화와 협상을 가질 것”을 제의했다. 지난해 5월 2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를 통해 “남한 당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이명박 정권 임기 중 당국 간 대화와 접촉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핵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고 인도적 지원을 끌어내 식량난을 완화하면서 3대 세습을 안착시키려는 꼼수가 엿보인다.
북은 지난해 3·26 천안함 폭침과 11·23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남북 관계 악화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겼다. 그러면서 ‘우리와 손잡고 나가려는 사람이라면 과거를 불문하고 누구와도 만날 용의’ 운운해 남한의 도발 책임 추궁을 ‘대화 기피’ 또는 ‘전쟁 책동’으로 몰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정체가 불분명한 정당 사회단체까지 대화 주체에 포함시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격 공개한 형식은 통일전선 전술에서 나온 전형적인 위장평화 공세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이후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날 출구를 찾던 북한은 남북 대화를 워싱턴(북-미 대화)과 베이징(6자회담)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보고 있는 것 같다. 19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설득할 명분을 중국에 제공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화를 가장한 교란전술로 남남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계산했을 수도 있다. 두 차례의 도발 이후 고조됐던 남한 내의 대북(對北) 강경 여론이 수그러들고 ‘전쟁이냐, 평화냐’를 앞세운 좌파세력의 정치구호가 통하리라는 기대를 했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