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첫 우주인 이소연 씨 인터뷰
이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선임연구원(33·사진)은 지난해 말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요즘 생물학자가 다 됐다”며 활짝 웃었다. 이 연구원은 2008년 4월 우리나라 첫 우주인으로 우주에 다녀온 뒤 대중강연 등 외부 활동으로 바쁘게 보냈다. 그에게 2010년은 ‘유명인 이소연’에서 ‘우주과학자’ ‘교수’ ‘기부천사’로 변신하기 위해 애를 쓴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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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스(MEMS·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를 전공한 기계공학도가 생물 실험을 설계하려니 막막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4월 모교인 KAIST를 찾아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 연구원은 “초파리나 쥐는 우주에서 조작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잘 안 죽고 번식력이 뛰어난 ‘예쁜꼬마선충’을 택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구실 회의 탁자 앞에 예쁜꼬마선충 ‘집’을 마련했지만 항우연 내부에 우주 실험을 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 이 연구원은 6개월여 동안 KAIST,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을 돌아다니며 ‘동냥 실험’을 했다. 그는 “(2011년) 상반기에는 우주 실험에 사용할 생물의 종류를 결정하고 실험 내용의 윤곽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KAIST에서 ‘과학기술, 우주 그리고 사회’라는 과목을 맡아 교수로 데뷔했다. 학생 20명의 소규모 강의를 할 생각이었지만 80명이 몰려드는 바람에 대형 강의로 바뀌었다. 종강한 지 얼마 안 돼서인지 인터뷰 중에도 이 연구원의 얼굴에는 마지막 수업의 감동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80명을 24조로 나눠 각 조가 고안한 ‘루브 골드버그 장치’ 24개를 모두 연결해 1조부터 마지막 조까지 쇠공을 전달하는 드라마틱한 실험을 했어요. 10시간에 걸친 마지막 수업이 끝난 뒤에도 학생들이 자리를 뜨지 않을 만큼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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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은 기부를 해온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2008년 대전의 한 교회에서 케냐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의 공연을 본 뒤 합창단에서 알토 겸 드럼을 맡고 있는 라우렌스 군의 학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는 라운렌스 군이 케냐의 사립 고등학교에 2등으로 합격했지만 학비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두 번째 우주비행에 대한 꿈도 꾸고 있다. 그는 “중국의 첫 우주인 양리웨이를 두 번 만났는데 중국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왔다”며 “우주에서 내가 설계한 우주 실험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