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출신 日대표 인터뷰“한일전 펼쳐지면 좋은경기 될 것아시안컵에 모든 걸 쏟아 붓겠다”
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 출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일본 대표팀의 이충성. 스포츠동아DB
“한국을 만나보고 싶네요.”
분명 한국인 피가 흐르고 있지만 한국어는 익숙하지 않은 청년. 2011년 26세가 된 이 앳된 청년은 모든 게 신기한 듯 연신 두리번거리며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곳곳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 바빴다.
4일 오전 9시40분(한국시간 오후 3시40분)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 세리에A 빅3로 불리는 유벤투스-AC밀란-인터 밀란의 지휘봉을 두루 잡았던 이탈리아 출신 명장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이 도하에 입성했다.
공식 인터뷰는 “나중에 하라”는 일본축구협회 관계자들의 제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마련해준 선수단 버스에 오르기 전, 몇 마디를 나눌 수 있었다.
조금은 떠듬거렸고, 어눌한 말투였지만 의사 전달은 분명히 이뤄졌다.
“지금은 오직 팀(일본)의 승리에 매진할 때다.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 모든 걸 쏟아 붓겠다”며 이충성은 필승 의지를 다졌다.
잘 알려진 대로 이충성은 재일동포 4세다. 일본식 이름은 타다나리 리. 공항에 운집해 있던 일본 취재진은 ‘이충성’이란 이름도 잘 알고 있었다. 일본 기자들은 이충성이 공식 석상에서 한국어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도 귀띔했다.
하지만 이충성이 설 곳은 없었다. “한국 국가대표가 꼭 되겠다”고 다짐했으나 현실은 정 반대였다. 동료들과 거의 어울리지도 못했던 이충성은 큰 결심을 했다. 그리고 3년 뒤 일본 국적을 취득하고 곧바로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돼 2008베이징올림픽 본선에 나섰다.
한국과의 인연도 그게 끝이었다. 조심스러웠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냐’고 조금은 민감한 질문을 던져봤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한국도 만나보고 싶고요. 일본도, 한국도 (아시안 컵에서) 좋은 게임을 할 것 같아요.”
이번 대회 B조와 C조에 속한 일본과 한국은 4강 이후에서나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한때 가슴에 품었던 조국을 향해 창을 겨눠야 하는 상황. 항상 내용보다 결과가 중시돼 온 한일전이 더욱 기대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