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객꾼으로 시작 청계천서 20년 장사한 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
호객꾼으로 시작해 18년 동안 청계천에서 상인으로 활동했던 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 원장. 그는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스스로의 노력과 효과적인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시장경영진흥원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시장경영진흥원에서 만난 정석연 원장(53)은 시장 상인들의 변화를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대기업슈퍼마켓(SSM) 규제법안인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의 국회 통과로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마련된 만큼 이제는 상인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정 원장은 “이번에도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남 탓을 하면 돌파구는 없다”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 활동을 펼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진흥원이 상인들의 변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2008년 중소기업청 산하의 진흥원 원장이 되기 전까지 시장 상인이었다. 1988년 예비역 소령으로 제대한 뒤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 청계천 상가에서 장사를 했다. 하지만 그는 업종지식도 장사수완도 없었다. 그때 교과서로 선택한 것이 ‘전화번호부’다. 정 원장은 업종별 전화번호부 책을 펼쳐 놓고 어떤 업종이 있는지 살펴보며 경쟁력이 있을 만한 일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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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상인 경력의 정 원장은 “시장은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상점들이 진입과 퇴출을 거듭하며 스스로 진화하는 유기체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나 SSM 논란과 관련해서도 소비자가 합리적인 판단 아래 대형마트를 찾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것이다. 정 원장은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이 등장하는 등 유통환경은 변하고 있는데 시장 상인들은 제자리걸음”이라며 “상인대학 운영 등 교육을 통해 변화를 상인들이 느끼게 하고 눈높이를 소비자에게 맞출 수 있게 해 고객이 시장을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시장은 가격을 흥정하고 덤으로 물건을 더 주기도 하는 등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있다”며 “가격이나 편의성만을 내세우기보다는 각각의 시장이 갖는 특성을 살리는 방법으로 시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