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익산 AI ‘양성’… 경남 사천서도 추가 검출… AI경보 ‘주의’ 격상… 구제역과 사상 첫 동시발생한우 집산지 경주도 구제역… 횡성 등 백신 접종
농림수산식품부는 천안 풍세면 오리농장과 익산 망성면 닭농장에서 신고된 AI 의심 가금류를 정밀 검사한 결과 고병원성(H5N1) AI로 확인됐다고 지난해 12월 31일 밝혔다. 이날 경남 사천시 용현면에서도 죽은 채 발견된 야생 청둥오리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데 이어 익산 발생농가로부터 2.7km 떨어진 닭농장에서도 추가로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고병원성 AI는 전염성이 강하고 폐사율이 높아 닭, 오리 등 가금류에 치명적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AI 위기 경보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시켰다. 위기경보는 확산 속도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또 제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AI방역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이에 앞서 방역당국은 천안과 익산 AI 발생 농가의 오리 1만여 마리와 닭 11만여 마리에 대해 예방적 도살처분을 실시했다. 이들 농가의 반경 3km는 위험지역, 10km는 경계지역으로 설정돼 소독 작업과 함께 닭, 오리 등 가금류의 이동이 제한됐다.
방역당국은 천안과 익산 지역 외에서도 AI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방역 관계자는 “AI바이러스 전파의 주범인 야생조류에서 이미 4건의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며 “사실상 전국의 가금류가 AI 노출 위험에 놓여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AI가 인수공통 전염병이란 점 때문에 닭, 오리 소비가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닭이나 오리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AI에 걸릴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I에 걸린 조류나 그 배설물 등을 접촉하는 경우에는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작년까지 AI 감염자는 세계적으로 447명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사람이 AI에 감염된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AI가 가금류에서 확인되면서 한국의 AI 청정국 지위는 상실됐고, 당분간 국산 생닭 수출은 어렵게 됐다.
한편 경북 영천시, 경주시 및 경기 남양주시, 강원 횡성군의 구제역 의심신고가 31일 모두 양성으로 판명 났다. 특히 경주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한우 집산지여서 현지 농가의 충격이 크다.
31일 현재 구제역 백신접종 지역은 18개 시군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날 오후에는 경북 포항시와 강원 양구군에서도 구제역 의심신고가 추가 접수됐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