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황선미 지음 184쪽·9000원·사계절
형편이 어려운 연재네는 외숙모네 방 하나를 얻어 더부살이 하지만 외숙모네도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동갑내기 외사촌 재순이는 안마당 꽃밭을 자기 마당이라며 얼씬도 못하게 하며 연재를 따돌린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인 그때 연재네 동네에도 마을 길 넓히기, 화투 없애기, 초가지붕 없애기 운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잘살게 해주겠다는 개발의 방식은 잔인했다. “노래기가 줄줄 내려오고 비도 새는 집을 번듯한 집으로 바꿔 주겠다”는 사람들은 초가지붕을 마구 뜯어내 불태워 버렸다. 거리는 온통 불바다로 변했다. 연재는 낡은 집이 보기 싫었지만 하굣길에 집이 불타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 그런 와중에 연재 오빠는 “새마을운동이야말로 어린이의 희망찬 미래”라며 새마을운동 웅변대회에서 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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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표’ 등의 동화를 쓴 황선미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청소년기 내내 나는 먼지바람 스산한 객사리의 까칠한 반항아였다”며 이런 기억이 그의 작품의 색깔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 녀석이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관찰하고 싶은 눈이 어느덧 생겨 버렸다”며 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의 기억을 객관화해 성장 소설로 냈다. 광폭했던 시절, 근대화의 그늘이었던 가족의 해체 문제를 다뤘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