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연평부대의 해상 포사격 훈련이 실시된 20일 9시간30분 가량 대피소에 피신해 있던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긴 하루를 보냈다.
이날 오전 9시 면사무소에서 군 사격 훈련을 알리며 대피 안내방송을 하자 주민들은 집에서 각자 난방에 필요한 이불이나 담요, 전기난로 등을 들고 대피소로 모여들었다.
대피가 완료된 9시50분경 옛 충민회관 뒤편 대피소에는 주민 15명과 공무원 3명, 군·경 4명과 취재진 6명 등 총 28명이 모였다.
광고 로드중
면사무소가 미리 준비해 둔 전열기구와 주민 1명이 챙겨온 전기난로가 그나마 대피소 내의 한기를 녹여주었다.
연평도에 1곳밖에 없는 편의점인 'GS25' 직원들이 고맙게도 초코파이와 소시지, 사탕, 주스 등을 챙겨와 주민과 군·경에 나눠줬다.
금방이라도 군의 사격훈련이 시작될 줄 알았던 주민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모여 앉아 훈련 시작 시점이나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연평도 주변에 잔뜩 낀 해무 탓에 사격 훈련은 지연됐다. 시곗바늘이 정오를 향해 달려가자 주민들은 다소 마음의 여유를 찾으며 점심을 준비했다.
광고 로드중
오후 2시경, 각 대피소에 배치돼 있던 군 관계자가 대피소 문 앞에 나와 있던 주민과 취재진을 긴급히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최대한 대피소 안쪽부터 채워 앉으라'고 요청했다. 만일 북한이 지난번처럼 포격을 가하면 대피소 문 근처에 있는 게 위험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오후 2시까지도 훈련이 시작되지 않아 취소될 줄 알았던 주민들 사이에 일순간 긴장이 고조됐다. 30분 뒤 사격 훈련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피소 안이 조용해졌고 '쿠웅'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군 관계자의 통제 수위도 극도로 상승해 대피소 바깥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장시간 대피소 안에 머물러 화장실이 급해진 남자들이 군 관계자의 동행 하에 집단으로 밖에 나가 일렬로 서서 '볼 일'을 보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삭막해진 대피소 안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 해병대 출신의 한 주민이 대피소를 통제하던 해병대 간부에게 농을 치기도 했다.
광고 로드중
주민들 얼굴에 그제야 안심하는 빛이 돌았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북한이 추후 도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남우 씨(24)는 "훈련은 끝났지만 북한이 또 도발할지 모르니까 아직 안심이 되지 않는다"라고 걱정했다.
사격 훈련은 끝났지만 오후 6시30분까지 대피소에 대기해야 한다는 면 관계자의 말이 전해졌다. 한 50대 주민(여)의 입에서 "얼른 집에 가고 싶다"라는 말과 함께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연평 주민의 긴 하루를 마감하듯 대피소 밖엔 어스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인터넷뉴스팀·연합뉴스
《 화제의 뉴스 》☞ 미성년 성폭행 전과 4범 50대男 대낮 또 ‘몹쓸짓’☞ 첨단신소재 사용…軍 전투복, 20년 만에 바뀐다☞ 이번엔 ‘고교생 나체사진’ ‘여교사 희롱 동영상’☞ 안재모, 6세 연하 신부 웨딩 화보☞ 서울대 합격하고도 즐겁지만 않은 여고생의 사연☞ 총리 자리 놓친 김태호, 내년 4월 재보선 정계복귀?☞ 박진영 “아직 운명적 사랑 꿈꾼다” 솔직고백☞ 주고도 욕먹는 크리스마스 선물 1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