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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산다는 건 반성하는 것” 작가 20인의 성찰

입력 | 2010-12-11 03:00:00


◇반성-되돌아보고 나를 찾다 김용택 등 지음 255쪽·1만2000원·더숲

 

뇌중풍을 앓아온 어머니가 쓰러졌다. 요양원에서 매일 오전 10시 전화를 걸던 어머니가 이틀째 아무 연락이 없어 걱정이 되던 차에 들려온 소식이었다. 요양원 원장 부인이 병원에서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전달해줬다. “어머니가 휴대전화를 꼭 갖다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이틀째 (딸한테) 전화를 못했으니 얼마나 걱정이 되겠냐 하시면서요.” 딸이 받아든 어머니의 휴대전화 속 통화 내용은 온통 자신의 이름뿐이었다. 어머니가 매일 아침 전화를 하지 않으셨다면 딸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어머니께 전화로 문안을 드렸을까? 소설가 서석화 씨는 매일 오전 10시 이후에는 어머니를 잊고 살았다는 생각에 반성을 한다.

‘반성-되돌아보고 나를 찾다’는 작가 20명의 진솔한 자기반성의 이야기 모음이다. 문인들의 진솔한 고백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분주하게 사는 가운데 소중한 것들을 잊고 지냈음을 반성하게 한다. 부모님의 사랑을 공기처럼 여겼다가 그 공기 같은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글들이 그렇다.

소설가 이순원 씨의 어머니는 학교 가기 싫다고 뻗대는 아들을 데려다주겠다고 나선다. 산길에 이르러 어머니는 두 발과 지게작대기로 산길의 이슬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옷이 흠뻑 젖었고 아들의 바지도 흠뻑 젖었다. 작가는 지금껏 삶의 굴곡을 지나올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그날의 이슬털이에 대한 기억이었음을 털어놓으면서 ‘어린 시절 어머님의 말씀을 죽도록 안 들은 것, 그래서 어머니가 새벽에 산길에 나가서 이슬을 털게 한 것’을 뒤늦게 반성한다.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버지는 삭막한 사람이라고 오해했던 것을 반성하는 시인 장석주 씨, 무시로 상처를 주고받았다고 여겼지만 실은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았음을 한스러워 하는 소설가 차현숙 씨….

돌아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사람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 소설가 박완서 씨는 쓰레기를 버리는 일상사에서, 변화하는 세상에 좀처럼 맞추지 못하는 자신의 곧은 마음을 한탄한다. 망사 치마 두른 꽃을 버리는 게 힘들어서 과대포장 안하기 운동을 해야 하나 싶다가도, 그러다간 망사제조업체는 또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자본주의 공부를 하는구나, 생각한다. 작업실 부근의 작은 밭에다 채소를 심은 시인 안도현 씨는 밭고랑에 마구 돋아나는 잡초를 보고도 이까짓 풀 정도야, 라고 여긴다. 밀린 원고 때문에 일주일 만에 밭에 나온 안도현 씨는 고추밭인지 풀밭인지 분간이 안 가는 장면을 보고 하찮은 풀이라고 만만하게 여겼던 자신을 반성한다.

연말 모임에 들떠 흘려보내기 쉬운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짧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글들을 읽으면서 2010년 한 해를 반성하는 계기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반성은 초래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얻어지는 것’이기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반성하는 것’(시인 고형렬)이기 때문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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