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서… 산골에서… 역경 딛고 우뚝 선 서울대 이색 합격생들
대청고 3학년 백진성 군(가운데)이 10일 인천 옹진군 소재 고교 재학생 가운데 처음으로 울대에 합격했다. 백 군이 대청고 교사들과 함께 합격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대청고
백 군이 두 살 때 부모님은 교통사고를 당해 2년 넘게 병상에 누워 지냈다. 이후 백 군은 대청도에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나중에 섬에 들어온 부모님은 구멍가게를 차렸다. 편의점이 생기고 섬에 사람이 줄면서 형편도 어려워졌다. 주중에는 학교 수업과 교육방송(EBS) 강의를 보며 공부했다. 주말에는 명문대를 다니다 대청도에서 복무 중인 해병대 ‘형님’들에게서 주요 과목을 배웠다. 그는 “연평도 포격 도발 때문에 면접을 보지 못할까 봐 마음을 졸였다”고 털어놨다.
같은 날 서울대 의대 수시 합격 소식을 들은 경남 산청 지리산고 김자정 군(17)은 어머니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1년 전 아들의 생일날에 어머니는 떠났다. 3년여 동안 계속된 암 투병에 집안 형편도 기울었다. 마산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김 군은 과학고 진학을 희망했지만 포기하고 전액 장학금에 기숙사 혜택이 있는 지리산고에 진학했다. 올해 3월에는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던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를 당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생계를 잇고 있다. 학원은 꿈도 꿔본 적 없지만 경시대회 준비를 위해 헌책방까지 뒤져가며 옛날 교과서를 찾는 등 스스로 공부해 당당히 서울대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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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현고 이인선(오른쪽) 이인순 양.
지리산고 김자정 군.
힘든 시절도 자매가 함께 겪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아버지가 병으로 일찍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원 일을 하며 자매를 키웠다. 특히 쌍둥이 자매의 큰 언니가 소이증으로 한쪽 귀가 들리지 않고, 동생 인순 양이 심장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았을 때는 가족 모두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자매는 서로 도닥이며 역경을 이겨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