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어제 야당의 요란한 반대 속에 내년도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내년 예산안은 정부 제출안보다 4951억 원 줄어든 309조567억 원 규모다. 4대강사업 예산이 2700억 원 삭감됐고,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에 따른 서해5도 전력증강예산 등 국방예산이 1419억 원 증액됐다. 서민생활 안정지원 및 복지지출 확대 방침에 따라 참전명예수당, 경로당 난방비, 대학시간강사 처우개선 사업예산도 증액됐다. 아랍에미리트 국군 파견동의안이 함께 통과돼 다음 달 특전부대 파견이 가능해졌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는 초등학생들 보기에도 민망한 난투극을 재현(再現)했다. 한나라당이 7일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를 위한 수순을 밟자 민주당 의원들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본회의장 입구의 강화(强化) 유리가 박살나고 집기가 부서졌다. 국토해양위에서는 민주당 의원 쪽에서 던진 의사봉에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이 머리를 맞아 병원에 실려 갔다. 8일에는 예산안을 처리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의장석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 간에 고함 욕설 주먹이 오가는 육탄전이 벌어졌다. 길거리 패싸움에서나 있을 법한 무법천지였다.
18대 국회는 첫해였던 2008년 12월부터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저지하려는 민주당 의원들이 쇠망치 장도리 전기톱 물대포 소화기까지 동원해 회의실 출입구를 깨부수는 바람에 ‘폭력국회’라는 오명(汚名)을 얻었다. 지난해 7월에는 미디어 관련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정기국회 회기 안에 예산안이 통과된 것은 8년 만에 처음이지만 헌법에 규정된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은 2003년 이후 올해까지 8년째 지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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