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만년 하위팀을 2위로… 박경훈 제주 감독
《만년 하위 팀. 선수들은 “우리는 안돼”라며 패배감에 젖어 있었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했다. 팀은 거짓말처럼 달라졌다. 승승장구를 거듭한 끝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1위에 오른다. 영화에서 많이 나왔던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올 시즌 이런 기적 같은 사고를 친 팀이 있다. 프로축구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가 그 주인공이다.》
만년 하위 팀을 선두권 팀으로 바꾼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이 7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에서 올 시즌에 대한 소회와 내년 목표를 밝히고 있다.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그라운드의 멋쟁이로 불리는 박 감독은 “중학교 때까지 미술학도였다. 그래서 예술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다. 옷은 내가 직접 골라 입는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7일 만난 박 감독은 올 시즌 모든 경기가 끝난 탓인지 편안한 얼굴이었다. 내년 1월 6일까지 달콤한 휴가기간이지만 일정과 약속이 많아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박 감독은 올 시즌에 대해 “6강 플레이오프가 목표였다. 하지만 목표를 넘어 정규리그에서 1위를 3개월간 지킬 정도로 잘했다. 막판에 2위로 밀렸지만 선수들이 훌륭하게 잘해줬다”며 “선수들에게 120점을 주고 싶다. 자신의 능력이 70%라고 한다면 그 이상을 발휘해준 것 같다. 후회 없이 해서 만족한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위기의 순간을 말해달라고 하자 올해는 고비가 없었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나도 고비가 없었던 것이 두렵기도 했다. 1위를 달리고 있었을 때 긴장했고 마음을 비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2위라는 목표 이상의 성적을 거둔 박 감독은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에 대한 부담도 있다. 박 감독은 “분명 올해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내년에는 2위 이하로 내려가면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래서 더 기대된다. 내년에도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흥분이 된다고 할까, 내년 시즌이 기다려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려는 제주와 박 감독의 내년 시즌이 박 감독 자신보다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