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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車업계는 이득이라는데, 손해라고 우기는 반대 세력

입력 | 2010-12-08 03:00:00


“불평등 퍼주기 협상” “간도 쓸개도 빼준 굴욕 협상” “을사늑약에 버금가는 매국협상”….

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중진들이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결과를 비판하며 사용한 표현들이다.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야당과 몇몇 시민단체들은 “자동차 부문에서의 양보로 핵심 이익을 다 내줬으므로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주장이 무색하게도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현대·기아자동차는 5일 각각 협상 타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7일에는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들을 각각 대변하는 자동차공업협회와 자동차공업협동조합이 주요 일간지에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는 광고까지 실었다. 기업들은 이득이라며 거래하겠다는데 정치인과 사회운동가들이 옆에서 ‘수지 안 맞으니까 절대 하지 말라’고 외치는 격이다.

자동차업계의 반응이 신경 쓰인 듯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관제 성명을 만드나”라고 깎아내렸다. 증권사들이 이번 협상 결과를 하나같이 “후퇴했지만 그래도 좋은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하고, 6일 자동차 부품업체의 주가가 오른 데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언급이 없는 듯하다.

이번 협상 결과가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의 요구사항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고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농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한미 FTA를 반대하던 세력이 갑자기 ‘자동차산업에서의 이익 균형’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데 대해서는 좀 어리둥절한 기분도 든다. 한국이 농·축산물을 양보하지 않은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반대할 명분을 찾다 보니 그리된 것 아닌가 하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찬성과 반대에 따른 정치적인 이익이 눈에 뻔히 보이는 사안이라 한국 정치권에서 차분한 FTA 논의는 이뤄지기가 참 힘들다. 그래서 대선과 총선이 지나 국회에 선거 부담이 없었던 2008년 초여름을 한미 FTA 비준의 적기로 여긴 이들도 있었다. 그해 7월 통합민주당 대표에서 물러난 손학규 대표는 당시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17대 국회에서 한미 FTA 인준을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었다. 그는 같은 해 5월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일관되게 한미 FTA 비준에 찬성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손 대표가 다시 야당의 수장이 된 지금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대선과 총선이 1년 이상 남은 때다. 단 몇 달만이라도 정치 구호는 내려놓고 협상대표단이 들고 온 결과를 여야가 냉정히 검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강명 산업부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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