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떻게 했을지도 궁금하다. 아마 본인은 침묵하고 참모가 대신 “언론은 위기를 부풀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을까. 2006년 7월 5일 북한의 실전용 미사일 발사 때 대통령은 ‘묵비권’을 행사했고 홍보수석실이 나섰다. “안보독재 시절에 재미를 본 야당과 언론이 위기 부풀리기에 나서고 있다. (북의 미사일은) 어느 누구를 겨냥한 것도 아니었다.”
DJ와 노무현이 이렇게 도와주며 정상회담과 퍼주기까지 했지만 북은 이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그리고 서해 도발로 햇볕정책을 무력화했다. 북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은 햇볕정책에 치명타를 가한 것이다. 동아일보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햇볕정책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반대가 63.9%로 찬성 26.7%의 2.4배나 됐다. 대북지원 반대 의견도 70.1%나 돼 우리 국민의 대북 분노와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퍼주기 중단으로 김정일 집단의 ‘햇볕 금단현상’이 심각한 줄이야 알았지만 남한 내 좌파 세력의 입지까지 포격하다니 사정이 정말 급박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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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에서 햇볕정책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조폭의 공갈 협박과 폭력이 겁나니 계속 돈을 대주며 비겁하게 살자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사실 천안함 사건 때 우리 국민이 단결해 북에 강력히 경고했다면 연평도 도발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분열했다. 6·2지방선거 때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선동에 넘어간 사람도 많았다. 이 대통령과 군이 북의 연평도 도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천안함 사건의 역풍도 고려했다고 본다. 민심이 롤러코스트처럼 오락가락하면 대통령과 군이 북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과 군이 알아야 할 게 있다.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남북 군사대결에서 우리의 승리를 국민이 확신하지 못하면 ‘북에 돈이나 주면서 조용히 살자’는 국민이 늘 것이다. 연평도 도발에 대한 군의 대응에 실망해 ‘이런 군이 확전을 불사하고 강력 대응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걱정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