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각국에 요구해 국제적 논란이 되고 있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노르웨이 주재 각국 대사가 참석하는 것은 오래된 외교적 관례다. 다른 나라의 통상적인 외교 업무를 간섭하려는 중국의 태도는 명백한 주권 침해다.
12월 10일 열리는 올해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는 상장과 메달이 수여되지 않는 희한한 상황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수상자인 류샤오보와 가족 친척의 노르웨이 방문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예이르 루네스타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류샤오보 또는 그의 가족이 참석하지 않으면 상장과 메달을 수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메달과 상장을 받을 사람이 불참하는 경우는 1935년 나치독일 치하의 독일 언론인 카를 폰 오시츠키 이후 처음이다. 1991년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는 남편이 대신 받았다. 중국은 류샤오보의 부인조차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6개국 외교관들은 중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중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일본도 참석 결정을 내렸다. 우리 정부는 아직 노르웨이에 통보는 하지 않았지만 참석할 방침이라고 한다. 관례대로 시상식에 참가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권리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로서 중국의 압력에 눌려 시상식에 불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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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중국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당당하게 시정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수영의 박태환을 비롯한 우리 선수들은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기량을 한껏 발휘하고 있지만 ‘R.O.KOREA’를 바라보는 국민은 자존심이 상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