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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후원금 대목 앞두고… ‘청목회 수사’가 바꿔놓은 여의도 풍경

입력 | 2010-11-16 03:00:00

“후원금? 안 받아요”… “법안 발의? 나중에”




# 사례1 최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A 의원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A 의원과 고향이 같은 국토해양부 산하 공기업 간부였다. 이 간부는 의원실 보좌관에게 “우리 사무실 직원들이 연말에 의원님에게 후원금을 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좌관은 “아니, 요즘 신문도 보지 않느냐”고 호통을 치며 전화를 끊었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둔 얘기였다. 예년 같으면 그저 “감사하다. 의원에게 말씀 전하겠다”고 하면 될 일이지만 최근 분위기에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보좌관은 “평소 의원과 동향이라 잘 아는 간부인데도 덜컥 겁부터 나더라”며 “괜히 누가 될까 봐 의원에게는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사례2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B 의원은 지난주 초 대학의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일주일이나 지난 15일에야 법안을 발의할 수 있었다. 법안 발의를 위해서는 본인을 포함해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누구도 선뜻 법안에 서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B 의원의 보좌관은 “시간강사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도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여당 의원들이 흔쾌히 법안 발의에 참여할 줄 알았는데 뜻밖이었다”며 “보통 20∼30명의 서명을 받아 법안을 발의하는데 일주일 내내 10명의 동의도 받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 보좌관은 “법안을 내놓으니 혹시 시간강사들에게 후원금을 받은 것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더라”며 씁쓸해했다. 》
“여의도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검찰의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수사가 여야 국회의원을 정조준하면서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에선 이 같은 말이 나돌고 있다. 후원금은 얼어붙고 법안 발의조차 서로 눈치를 살피게 됐다는 얘기다.

10만 원 정도의 소액후원금은 주로 10월 말부터 12월 초에 여야 의원실에 몰려든다. 특히 이 시기 소액후원자의 상당수가 의원들이 속한 상임위 소관 기관의 직원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에서는 법인이나 단체 명의의 후원을 금지하고 있지만 피감기관의 처지에선 ‘보험’을 들지 않을 수 없어 직원들을 동원해 법망을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10만 원까지는 연말 소득공제 때 전액 환급을 해주니 직원들도 부담이 없다.

하지만 청목회 수사로 ‘후원금의 씨앗’이 말라버렸다. 민주당 국토위 소속 C 의원은 “연말에 의정보고서를 제작해 발송하려면 최소 3000만 원이 드는데 후원금 통장이 텅텅 비어 사비를 털어 쓰거나 일부는 빚을 져야 할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어 후원금 모금 한도가 의원 1인당 3억 원이지만 이를 채울 수 있는 의원은 손가락으로 꼽힐 듯하다. 총선이 있던 2008년 후원회를 둔 의원 290명 중 3억 원을 모은 의원은 71명이었다. 당시 3억 원을 모금했던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의 보좌관은 “모금액이 이제 1억 원을 조금 넘었다”며 “지금부터 한창 들어와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청목회 수사가 청원경찰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을 상대로 이뤄지면서 의원들은 법안 발의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D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안상수 대표가 마련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서명 요청이 왔는데 정중히 거절했다”며 “대표가 발의한 법안이니 웬만하면 서명해야 하지만 이조차도 부담이 되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안을 의원이 꼼꼼히 살피면서 보좌진이 먼저 서명을 하고 나중에 의원에게 보고하는 관행도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동아논평]입법로비 루트 된 후원금제도
▲2010년 11월5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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