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직원 상가서 ‘어색한 동석’… 말 한마디 안나눠
이날 저녁 상가엔 정 최고위원이 먼저 도착해 조문을 마친 뒤 다른 조문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 지나 장례식장을 찾은 박 차관이 다른 조문객들에게 인사를 하던 도중 정 최고위원과 자연스럽게 합석하게 됐다. 이 같은 만남을 예상하지 못한 듯 두 사람의 표정은 어색해 보였다.
정 최고위원과 박 차관은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마주 보고 앉았지만 일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박 차관은 다른 조문객이 자신에게 ‘왕(王)차관’이라고 하자 웃으며 “그런 얘기는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고 환담은 더 오가지 않았다. 정 최고위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박 차관이 자리를 뜬 뒤 정 최고위원은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의혹이 풀리지 않은 만큼 철저히 재수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차관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 최고위원은 민간인 사찰 문제가 논란이 되자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박 차관을 지목하며 날을 세워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측근으로 총리실 국무차장을 지낸 박 차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에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맞서 박 차관 측은 “내부 권력투쟁”이라고 맞받아쳐 두 사람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