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잃은 날부터/최인석 지음/352쪽/1만2000원/자음과모음
시나리오 작가인 준성에게 세상은 시장의 논리, 욕망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괴물 같은 곳일 뿐이며 사람들은 세상의 노예일 뿐이다. 그런 준성이 만난 여자 진이는 철저히 세상에 속한 사람이다. 빚을 내서라도 명품을 사들이고, 어떻게든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연예계의 권력자들에게 기꺼이 몸을 내주는 여자다. 소설은 준성 역시 세상과 무관하지 않은 괴물이라는 것, 세속적인 욕망이 결국 진이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두 사람이 깨닫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두 사람 모두 고통받고 추락하지만 사랑의 본질은 끝내 훼손되지 않음을 작가는 보여준다.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이 담긴 작품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