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 “우리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게 일”
○회계 변방국에서 국제무대로
가뜩이나 기업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는 ‘회계 변방국’ 한국에서 국제기준을 바꾸겠다고 나서는 것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황당한 얘기일 뿐이었다. 그러나 25일 모임의 참석자들은 이미 국제회계기준을 한 번 바꿔 본 경험이 있다.
IASB가 위험회피 회계처리의 복잡성을 줄이겠다며 도입한 새 방식이 계약일로부터 대금을 받을 때까지 몇 년이 걸리고 달러로 대금을 받는 한국 조선업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박도급 계약으로 받아야 할 돈의 가치가 변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환헤지 파생상품의 가치가 변하는 것만 반영하는 잠정안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환율이 변할 때마다 자본과 자산 가치가 출렁이는 ‘위험한 기업’이 된다.
이를 알게 된 조선업계는 올해 초 한국회계기준원을 찾아가 “한국에서의 회계처리는 국내 사정에 맞게 바꿔서 적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그러자 조선업계는 “그러면 아예 국제기준을 바꿔버리겠다”고 나섰다.
○“두려움 없다” 글로벌 자신감
이들은 불가능해 보였던 작업에 착수했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한국 조선회사의 임원급들은 모두 ‘무(無)’에서 시작해 세계 1위 기업을 만들었다는 ‘글로벌 자신감’이 가득하다”며 “이번에도 두려울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기업의 경영 환경을 국제회계기준 개정에 반영한 첫 사례다. 회계학계에서는 “건설업 등 유사한 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모든 국내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국제회계기준 개정 가능성에 대한 새 지평을 연 셈”이라고 평가했다.
25일 심포지엄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산 변동 문제 등도 개선하기 위해 IASB에 추가로 제안한 자산과 부채의 차감표시(LP)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한장섭 조선협회 부회장은 “그동안에는 우리 쪽의 어려움만 얘기한 측면이 있었는데 금융권이나 투자자 관점에서 LP방식을 도입해야 하는 논리를 개발해 IASB에 제시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